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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하고 추천하는 사람들 중에는 작가들이 많았다. 작가들이 즐겨 읽는 소설의 작가인 것이다. 어떤 글을 쓰길래 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새로이 출간된 <선셋 파크>를 읽어보게 되었다.(책이 처음 나온건 2010년, 한국에 번역 출판된 것은 2013년이다) 그동안 폴 오스터의 책을 출간해왔던 열린책들에서 이번에도 깔끔하고 예쁜 표지로 책을 만들었고, 줄간격이 너무 촘촘하지 않아 좋았다.
작가의 글솜씨, 문학과 연극 등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요소들은 많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진한 연민이었다. 총명하고 집안 좋고 외모 훌륭하여 남들의 호감을 사는 마일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괴로운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욕심도 야망도 없이 죽지 못해 살듯 하루 하루를 보낸다. 주인공인 마일스 뿐 아니라,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내면의 어두움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찬찬히 그들에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한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자신을 직면하기도 한다.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걸음씩 내딛는다. 그래서 해피엔딩에 가깝다. 비록 살면서 각종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리 만무하다.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희망 없는 미래를 앞에 두었을 때는 "지금만을 위해 사는 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읽으며 오독오독하니 쫄깃한 문장을 술술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새삼 책읽기가 참 저렴한 취미란 생각이 들었다. 불과 만원 남짓의 가격으로 이틀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