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라르스 케플러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비가 오는 날이면 어쩐지 추리물이나 형사물이 당긴다. 90분 분량 1편 혹은 60분 분량 상하편의 일드SP를 주로 보고 휴일이라면 장르소설 한 권을 읽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화창한 날씨가 아닐 것, ‘단숨에 훅!’ 읽을 시간을 확보해놓는 것이다. 라르스 케플러의 <스토커>는 비가 오던 어느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에 걸쳐 읽었다.

 

라르스 케플러는 추리 스릴러 작가 부부의 필명이다. 소설가 부부라니! 멋지다. 부부가 같은 직종일 때 열등감만 조심한다면 참 이상적인 케미일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둘의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재미있었으니까!

 

시작은 경찰서 이메일에 첨부된 토막 동영상이었다. 그리고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동영상 속 여자. 사망 추적 시간은 동영상이 촬영된 지 10여 분 후였다. 처음의 동영상을 어느 변태의 장난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경찰은 시체가 발견되고 나서야 동영상을 분석한다. 그러던 와중에 두 번째 동영상이 도착한다.

 

그런데 작가는 두 번째 피해자부터 그녀의 시점에서 일인칭으로 최후의 순간을 묘사하는데, 그 부분이 정말 강렬하다. ‘왜 내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과 턱 끝까지 차오른 공포, 갑자기 훅 가해지는 공격 등 의식을 잃기까지 죽음을 피하고자 처절히 저항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실감난 묘사라서 끔찍하지만 그래서 더 눈을 뗄 수 없고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사건 담당 형사는 만삭의 임신부 마고이다. 임신부라고 동료 경찰이 배려해주는 모습은 한 장면도 안 나온다. 그렇다고 보기 좋게 멋진 활약을 펼치지는 않는다. (사실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두 번째 피해자를 발견한 건 출장 갔다 돌아온 남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처참한 모습에 충격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사건현장에 손을 댄 남편. 경찰은 충격으로 기억을 못하는 남편을 데리고 정신의학자 에릭을 찾아온다. 최면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다. (에릭은 마고보다는 매력적이었다.)

 

90여 페이지가 넘어갔을 때 드디어 (내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어떤 사건 때문에 죽은 걸로 알려졌다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나타난 요나가 바로 주인공. 요나가 겪은 지난 사건이 저자의 전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언급되어 괜찮다. 요나를 묘사하는 바로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나는 읽는 내내 요나와 울버린을 연결해 생각했다. 한창 때 전설이었는데 몸이 망가져서 비척거리는 모습 때문에. 그래도 전설은 전설이다. 요나는 주인공 면모를 보이면서 (몸이 망가져서 조마조마하지만) 나름 액션도 선보이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젊음 하나 믿고 설치는 애송이 형사들이 해결 못하고 날뛰기만 할 때 혼자 고군분투하며 해결하는 모습이 멋지다. 요나 한 명 믿고 끝까지 봤다. ! 그리고 제목이 사건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마지막에는 아주 딱 맞는 제목이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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