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사회 -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프랭크 파스콸레 지음, 이시은 옮김 / 안티고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스마트폰에 언제나 위치표시를 꺼놓는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무료’ ‘할인을 내세우며 정보를 입력하라는 유혹에도 절대 입력하지 않는다. 가입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사이트 가입도 안 한다. 2008년 옥션 고객 아이디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회원가입에 적는 개인정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블랙박스 사회>를 읽고 나니 내 노력은 전혀 소용없는 것 같다. 이미 알게 모르게 내 정보는 어딘가에 기록되고 누군가가 이익을 창출하는 데 이용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사례를 읽으면서 혹시 나도?’ 하는 의심이 여러 차례 들었다.

 

이 책에서는 블랙박스에 기록되는 정보를 크게 평판, 검색, 금융으로 분류했다. 평판 블랙박스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는 미국 문구용품 회사 오피스맥스의 실수였다. 우편물 수신인에 마이크 시(고객 이름), 딸이 차 사고로 사망(개인정보)’라고 프린트해 발송한 것이다. 그때는 그의 딸이 사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라고 한다. 물론 그는 오피스맥스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문구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 정보가 따로 저장해둘 만한 정보였을 것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전설적인 마케터의 노하우가 생각난다. 그의 낡은 수첩에는 고객 이름 옆에 가족관계, 자녀 이름, 기호, 고향 등이 적혀 있었다. 마케터가 성과를 위해 정보를 원하는 건 이해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이의 정보를 몰래 관리했다는 건 좀.

 

평판 블랙박스에서 나온 특정 단어로 이력서 분류해서 면접자 등급 매기기예도 재미있었다. 1장 평판 블랙박스가 흥미로웠다면 2장 검색 블랙박스는 공감을 넘어 아주 실감났다. 검색 블랙박스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쉽게 경험한다. ‘이 상품을 선택한 사람이 함께 본 상품이라든지 고객님을 위한 추천 상품이라든지. 또한 검색엔진에 누가, 언제, 무엇을 검색하는지가 누군가에게는 돈을 주고 살 만한 정보가 된다. 구글과 관련한 이야기도 많이 언급된다. 이 책에서 구글의 현재를 정의한 문장이 재미있었다. “구글의 사업 초점은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 쪽에서 사용자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버는 쪽으로 바뀌었다.”

 

3장에서는 금융 블랙박스를 다루고 4장에서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4장의 도입부에 블랙박스 사회를 예견한 소설이 언급되는데, 내용이 궁금해서 나중에 읽어볼 생각이다. (도서까지 추천해주다니!)

 

처음에는 왜 제목에 블랙박스가 들어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읽고 나니 아주 걸맞은 제목이란 걸 알겠다. 나중에 뒤표지의 접힌 부분을 보니 친절하게 블랙박스가 언급된 분문 발췌가 실려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책에는 각주번호만 있고 각주가 없다. 아니, 실리지 않았다. 각주가 책 한 권 분량이어서 실을 경우 독자에게 대중서로서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실지 않았다고 한다. (안티고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고 함) 이 책을 다 읽고 여기저기 들춰보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사실 각주를 찾아볼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술술 읽혔다.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가끔 매체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내놓으면 흥미를 느낀다. 2016년에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자격증도 생겼다고 하니 IT시대에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늘면 늘었지 식지 않을 것 같다.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으면서 블랙박스 사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아이러니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