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무턱대고 풍덩 빠지는 사랑에 난 회의적이다. 불타올라서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결혼했다는 이야기에도 역시 회의적이다. 결혼식 하루 전에 결혼식을 파토 냈다더라, 죽기 살기로 쫓아다녀서 결혼했는데 결혼생활 3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뜬금없이 이혼을 통보했다더라,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상처했는데 처가 쪽은 여자가 시한부인 걸 숨겼다더라…. ‘카더라’ 통신은 여느 영화 못지않게 파란만장하다.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기로 정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연애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더욱 회의적인지도 모르겠다.

 

봄이 다가오면 결혼식에 오라는 연락이 온다. 언니들이 연락하더니 친구들이 연락하다가 요즘에는 후배들이 연락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래야 할 것처럼 ‘연애’,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정답은 없겠지만 근원적인 것까지도 생각해본다. ‘사랑’ 말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05년에 출간된 것 같은데, 2016년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인 <B급 연인>은 일곱 편의 단편 중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다. <B급 연인>의 지로(20대)는 <고백의 달인> 노부토모(50대)와 좀 닮았다. <B급 연인>의 지로가 현명한(?) 여자를 만나 나이를 먹는다면 아마 <고백의 달인> 노부토모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혼자 후후 하며 웃었다.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은 모두 통통 튀고 재미있었는데 그중 가장 공감하며 읽은 단편은 <짧은 동거>이다.

 

미유키는 20대 때 결혼을 생각하며 만나던 남자에게 ‘당신의 기대가 부담스럽다’며 차였고 이후 외로움을 잊으려고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덜컥 승진하여 ‘일과 결혼한 여자’란 이야길 듣는다. 3살 어린 남동생은 먼저 결혼해 부모님과 살고 있고 어느덧 35세가 된 미유키는 ‘아이를 낳고 싶으면 정자은행을 알아봐라’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우울함을 떨치고자 무작정 떠난 도보 여행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에게 정말이지 실로 오랜만에 ‘심쿵’하는데….

 

번역 출간한 도서인데도 술술 읽혔으며 현대적인 표현이 종종 눈에 띄어서 문장이 젊어(?)보였다. 심쿵, 지질이, ‘~걸요’ 말투 등등 젊은 감각의 단어들이 흥미로웠다. 일본어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원문의 일본어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봄바람이 불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질지도 모른다. 볕 좋은 날 거리로 쏟아지는 커플들의 행진을 보면 더욱 그러할 수도 있다. 지금 당신의 연애세포가 잠들어있다면 <B급 연인>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혹시 아는가. 자극이 되어 인생의 봄날을 맞는 데 도움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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