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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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고가 오로지 인간의 기억 속에만 각인되어 있던 시절은 지금보다 훨씬 근사했을 것이다. 그 시절엔 책을 압축하는 대신 인간의 머리를 짜내야 했겠지. 하지만 그래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진정한 생각들은 바깥에서 오니까. 그것들은 국수 그릇처럼 여기, 우리 곁에 놓여 있다. 세상의 종교재판관들이 책을 태우는 것도 헛일이다. 가치 있는 무언가가 담긴 책이라면 분서의 화염 속에서도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정한 책이라면 어김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리킬 테니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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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을 모셨지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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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회에서 의원들과 정부 각료들이 가뭄 비용에 대한 언쟁 끝에 결국 백만장자들이 비용을 대야 한다는 결의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나도 백만장자였던 것이다. 슈로우베크와 브란데이스 같은 백만장자처럼 내 이름도 백만장자들 이름 옆에 나란히 신문에 실리게 되기를 기대했다. 가뭄이 내게 행운의 별을 보내준 것이었다. 불행한 상황이 내게 행운이 되고 내가 꿈속에서 대공이 나를 귀족 신분으로 승격시켜주기를 희망했던 대로 나를 그 자리에 데려다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견습 웨이터 때처럼 작지만 이제는 큰 사람이 되었다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나는 명단에 백만장자 한 사람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소환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 백만장자라고 했다. 그는 서류를 들고 연필로 이름을 하나한 짚어가며 확인하더니 나는 백만장자가 아니니 안심하고 집에 가라고 했다. 그건 착오일 것이며 나 자신이 백만장자라고 했더니, 그가 내 어깨를 잡고 정문으로 데려가 등을 떠밀며 소리쳤다. "내 명단에 당신 이름이 없단 말이야. 그러니 당신은 백만장자가 아니야!" 나는 저금통장을 꺼내 그에게 통장에 들어있는 백십만 코루나와 십 할리르스를 보여주며 의기양양하게, "그럼 이건 도대체 뭡니까?" 하고 물었다. 그가 통장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사정하듯이 "그러니 나를 내쫓아서는 안 됩니다." 하고 말하자, 그가 자비를 베풀어 나를 신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가 내가 수용되었다고 선포했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가진 백만 코루나와 채석장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백만장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내 백만, 내 이백만 코루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자신들 사이에 있는 걸 참고는 있었지만, 내가 자신들에게 결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백만장자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오래전부터 많은 돈을 갖고 있었지만 나는 전쟁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벼락부자를 자신들 사이에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나는 그 신분에 어울리는 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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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송순섭 옮김 / 버티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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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가 그저 바보 멍청이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우리 할아버지처럼 독일군 앞에 막아서되, 손에 무기를 들고 대항했더라면 독일이 어떻게 됐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죽은 병사가 쥐고 있던 목걸이를 낚아쳤다. 달빛에 비춰보니, 작은 메달이었다. 한쪽 면에는 녹색 넷잎 클로버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행운을 가져다줍니다!`라는 독일어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 네잎 클로버는 아무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역시 한 인간이었다. 나처럼, 혹은 후비치카 씨처럼 말이다. 특별하게 잘난 것도 없고, 특별한 지위도 없는 그저 평범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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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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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시 맥베스 순경은 시노선으로 차출된다. 이런 이야기가 항상 그러하듯이 살인이 그를 따른다. 바닷가재가 든 물탱크에서 해골이 발견되고 여자들이 해미시 순경을 유혹하는 등 전작들에 비해서 약간 자극적이다.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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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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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추워지는데 아늑한 방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자극적인 걸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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