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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9급 공무원
Sepia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정년보장, 자율근무, 육아휴직, 복지혜택,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충족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직업적 대안에 무엇이 있을까. 바로 공무원을 꼽을 수 있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에게 끼를 이어받아 한 길로만 가는 이들, 일찍이 원하는 일을 정해서 그 길로 가려는 이들, 이외에 단 한번이라도 공무원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러했다. 서울직, 지방직, 경력직, 신입직 여러 가지로 나누어진 기준들 중에 내가 충족할 수 있는 유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 청춘이 있었다. 이번 만화 <9급 공무원>은 나와, 주변인, 그리고 사회적 문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고 보았다.
주인공이 ‘9급충’들이라는 말을 하는데, 맘충, 급식충이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9급충이라는 말에 그만큼 공무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빗대어 알 수 있었다. 그들도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정년이 보장되고 편한 직장이라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결혼하고 싶은 배우자의 직업으로도 공무원을 말한다. 한때 나도 소개팅 자리에 직업이 공무원인 사람이 나오면 연애 말고 결혼을 생각해 본적도 있다. 요즘 세대는 직업으로 인하여 사람 됨됨이는 가려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번 책에서는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책 주인공이 공무원 시험을 시작할 때 나도 첫 직장을 준비하던 때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가족들에게 미안해지고, 나만 초라해지고, 나 이외에 주변 사람들은 제 갈 길 잘 찾아가는 것 같고.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기는 어디인가 하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때다. 그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고민하던 시간 역시 보상 받은 듯한 기분일거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과 나에 대해서 혼자 질문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초라하고 내 자신이 많이 작아짐을 느낀다. 주인공 또한 그랬겠지...하며 같이 힘들어 하며 책의 페이지를 넘겼었다.
‘공부하는 환경 탓만 했지, 결코 자신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이 말에 철렁했다. 주변 환경 탓하기에는 나야말로 영순위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 누가 말해줘도 모른다. 주인공에게도 환경 탓만 하지 말라고 누군가 말해줬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겪기 전에는 모를 것이다. 충분히 이해간다.
책 속에 빨간 빗줄이 갈수록 내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주인공과 동일시 되어 많이도 무너져내렸다. 재수생, 장시생의 꼬리표를 달고 노량진역을 누비고 다니는 일을 그만하고 얼른 합격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자기고백적인 만화이다. 지은이가 직접 겪어본 일이라서 그런지 디테일이 살아 있었고, 리얼하다. 9급 공무원 문제집 또는 토익 문제집을 다시금 들춰보지 않을 책을 책장에만 꽂아둔 우리네 사람들을 돌아보게 했다. 웃으면서 책장을 넘기지만, 참으로 쓴웃음이 나게 한 책이다. 현실이 적극 반영된 책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씩 읽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힘내기를 바라며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