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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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신데렐라는 결과적으로 행복했을까?

어릴 때 보았던 동화책에서 공주님들은 왕자님을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 나는 반기를 들었다. 결혼은 현실인데 늘 그렇게 행복하기만 할까 하고 말이다. 이번 책 또한 그런 생각으로 접하게 되었고, 소설을 접하면서 우여곡절이 있지만 다시 사랑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래어 보며 책을 읽게 되었다.

 

<홀딩, >은 스윙 댄스 용어로 홀딩은 파트너와 만나 손을 잡는 동작, ‘은 돌면서 춤을 추는 동작이다. ‘을 하고 난 후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제목이 내용을 짐작케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주인공 두 남녀는 사교적 모임인 스윙댄스 동호회에 가입하며 첫 만남을 가진다. 무료하기만 하던 직장생활에 조금이나마 활력이 되었던 건 춤 이외에 모임과 만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책에 초반부 문체가 건조하고 뚝뚝 잘리는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이리도 무가 반으로 딱 잘리듯 간결하고 끊김이 완벽한거지, 싶었는데 여자 주인공인 지원과 남자 주인공인 영진, 그 부부의 결혼생활을 반영하는 듯 했다.

 

현재시점과 과거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었는데 과거시점은 너무나 쪽빛이고, 두근거렸다. 젊었고 호기로웠으며 두 명이 만나면 주변은 잿빛이였고 온 우주에 언제나 두 주인공만이 존재하는 듯 보였다. 나 또한 30대 여성이다보니 그만큼 경험치가 쌓여 그 기분을 알겠더라, 어떻게 서로가 시작했는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고 별로였는데 어느 순간 호감이 되어버려, 두 손을 맞잡게 되는 건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선이나 면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가 입체로 넘어가게 된 것인지 떨림은 계속 되었다. 이 사람과 평생을 살 것처럼, 이 남자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가 되지 않을까, 결혼을 한다면 이 남자와 할 것이다 생각하며 연애를 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모든 연애에 최선을 다했다. 비록 결혼까지 이루어진 남자는 없고,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걸로 위로삼아 이 책을 읽었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다.” 결혼한 부부들의 흔한 레퍼토리다. 큰 문제 앞에서는 쉽게 마음을 모으고 방향을 정하고 힘을 합치면서 남에게 말하기 민망하고 사소한 부분에서는 자주 의견이 갈리고 각자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게 부부 같다. 책의 중반부에 갈수록 유치원생보다 더 유치하고, 초등학생보다 더 초딩스러운 일들로 다투는 게 부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단순하게 서로 화해하는 것도 결국은 부부일 것이다. 부부의 문제야 말로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인데, 두 주인공의 상황을 보고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 할지 망설였다. 내 주위에도 결혼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책 속 주변인에 입장으로 주인공에게 무언가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결국 헤어지게 될까.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번 책은 현재 30대 싱글 여성인 내게 많은 물음을 주었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SNS에 아기 사진들이 가득한데, 한 남자와 결혼을 택하지 않고 아직 싱글인 나는.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니. 내 선택에 충실히 행복하니. 하고 말이다.

 

혼족. 혼족은 혼()이라는 글자와 공통된 생활양식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뜻의 족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써 1인 가구가 늘어난 현대사회에 혼밥, 혼놀, 혼술이라는 말까지 파생시킨 종족의 언어이다. 이 시점에 혼족을 말하는 것은 그것을 지향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다양해졌다는 걸 언급하고 싶어서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세대의 폭이 넓어졌다. 나로 말하자면 굳이 따지면 사회에서 돌아온 캥거루족에 속한다. 어떤 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모두의 인생이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두 주인공 역시 그렇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나는 그 선택을 응원하고 싶다.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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