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유물에 있다

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ㅣ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고고학이란 물질과 동식물, 인류가 지난 시대에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이들의 “말없는 역사”를 밝히는 학문으로 사회과학의 일종이다. 고고학자는 그런 학문을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과거를 현실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고고학자의 스토리는 접해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였다. 그래서 더 어렵지 않을까, 못 알아듣는 말 투성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그런 내게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중고등학교 때 역사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용어들이 자주 나와서 반가웠고, 유물이 가진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게 흥미로웠다. 책의 목차에서 제1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사랑과 슬픔, 욕망과 희망, 생활의 발견에 나온 짜임은 특히 호기롭게 읽었다. 매년 등장하는 고고학계의 3대 뉴스가 있으니 첫째, 인류의 기원을 밝혀 줄 인골 발견, 둘째, 예수님의 무덤 발견, 셋째, 한민족의 기원 발견이 그것이다. 새로운 유적이 발굴 되었다고 뉴스에서도 관심을 갖고 이야기 하는 데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하는 1인이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세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집중해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생활의 발견에서 초원 유목민과 정착민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유물인 꼬치구이, 카자흐스탄 남부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큰 칫솔 사용, 현대의 티팬티를 연상시킬 정도로 날렵한 이누이트의 팬티 등 생활 속에 녹아 들어있는 고고학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고고학 하면 흔히 사람들은 웅장한 기념물이나 찬란한 황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정작 고고학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유물에 사소한 듯 숨겨져 있는 부분들이라고 한다. 유적 중 마주 보고 손을 부여잡은 채 누운 모자(母子)의 무덤 앞에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찬란한 황금 유물들을 보면 역설적으로 우리 인생이 덧없이 느껴진다고 한다.

제2부 고고학자의 노트에서는 고고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살펴볼만한 고고학자를 들여다본다. ‘고고학은 파괴한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발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무덤 속에서 발굴하여야 고고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명확한 과거를 발견할 수 있기에 파괴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발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고고학 발굴이 지향하는 바라고 한다.

경주를 여행하며 숱한 무덤들과 박물관에 가면서도 이미 발굴하고 해석되어진 과거만을 봤지, 고고학자들의 노력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현재 살고 있는 양수리에서도 유적지 발굴 중이라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있다.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지 못해 불편함만 있었는데 그 곳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증이 유발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고학자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