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4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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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책을 읽은 바 있다.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그림이 특히 인상 깊었던 책이다. 이번 2018년 샘터 4월 표지를 보고 그때 느낌을 비슷하게 받았다. 샘터 표지 제목이 가곡리 버스정류장으로 2018년 표지는 이미경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다는 글을 보았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와 동일인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의 표지를 만나서 이번 샘터는 다른 책들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샘터를 읽는 독자들의 연령층과 글을 기고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서 좋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밴드 가수와 동네 맛집 사장님께서 글을 올리신 것을 보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고, 나 또한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결하고 아름다운 봄의 약속을 보며 이른 봄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피우는 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꽃 한 송이를 피우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든 꽃이 그렇다. 한 톨의 에너지를 더 짓기 위해 초록 잎 위에 햇살과 바람과 물을 그러모아 광합성을 해야 하거늘 목련은 한 장의 잎도 피우지 않은 채 텅 빈 봄 하늘에 맞섰다. 제 몸 깊은 곳에 든 모든 양분을 오로지 꽃송이에 쏟아야 한다봄이 오는 것만 보채고 있었지, 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꽃을 피우는지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꽃들에 매료 당하고, 봄하면 꽃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온기로 채우는 엄마의 빈자리를 통해서 부자가정시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4년간의 대학교 과정, 2년간의 대학원 과정, 5년여의 사회복지시설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함에도 알지 못했던 부자가정시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혼 혹은 사별 등의 이유로 한부모가정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육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차상위계층 아빠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자녀양육에 대한 고충까지 떠안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전국에 부자가정복지시설이 네 곳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였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차고, 대기 인원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가 가고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퇴소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작은 시설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란다.

 

마이크 대신 젖병을 든 남자에서는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육아휴직을 선택한 한 아이의 아빠를 다루고 있다. 아나운서인 그는 그동안은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너무 많이 보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제는 그 시간에 아이와 아내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웃음 짓는 스스로를 발견한다고 한다. 육아휴직을 잘 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아빠미소가 입에 걸려있어서 행복한 웃음을 자아낸다.

 

과거의 옛것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정보가 되었다. 기존 공중전화 박스가 개조되어 시각장애인에게 오디오를 녹음할 수 있는 소리 우체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 할 수 있는 미세먼지 체크 어플과 같이 정보를 공유해주어서 좋았다.

 

샘터는 월별로 특집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번 달은 따뜻한 말, 차가운 말이 그 주제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남기는 언어의 온도는 어떠했는지, 나 스스로도 내게 던져진 말들로 차가워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나 또한 타인에게 받은 따뜻한 말을 생각했다. ‘네 탓이 아니야’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아이런 말들이 기억난다. 특히 지금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너무 따뜻했다. 차가운 말은 직장생활하며 들었던 말들인데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나의 그릇된 말들로 이웃이자, 친구였던 사람들을 잃지는 않았나 또 한번 샘터에 기고된 글 들 속에서 비추어 생각할 수 있었다.

 

처음 접해 본 샘터. 아예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읽고 말았던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한 달에 한번 샘터 속에서 위안 받고 살아가는 든든한 동지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좋은 인연이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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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처음 만드는 책
욘네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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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디자인에 호감을 느껴서 인지, 북아트라는 장르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책 표지 디자인이 예쁘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고, 책의 디자인이 단조로울때면 그림 하나 또는 일러스트나 글 하나 들어간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운 적이 많았다. 또한 책을 읽는데만 그치지 않고 나 또한 내 책을 만들고 싶었다. 책의 알찬 구성과 함께 작가로써 글을 쓴 나도, 그 책을 고르는 잠재적 구매자의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책 디자인을 하면 좋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 본 적도 많다. 이번 책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나만의 책을 만드는 데 스케치를 그려줄만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에서 운영하는 북아트 자격증 관련 영상을 본 적 있었는데, 이번 책은 저자가 일본 분이라 일본의 책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전통제본 코너에서는 일본의 전통 제본을 소개하고 있다. 사침안정법, 귀갑제본, 강희철, 마엽철이라고 해서 이름도 낯선 제본법인데, 완성된 제본법을 살펴보면 금방 따라하고픈 욕구가 생긴다.

 

기본 베이스를 알아야 책 만드는 법을 익히고, 응용할 줄 알아야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챕터 4장에 소품으로 쓰이는 책 만드는 기술에 마음이 갔다. 책 모양의 명함 상자, 우표보관용 미니북, 가죽 장정 미니북 액세서리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패션의 하나로도 보일 수 있는 북아트 세계의 무궁무진함에 마음을 뺏긴다.

 

소재도 새로웠다. 종이를 고르는 즐거움, 직물을 고르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할 때 즐겁게 임했다는 사실에 나도 따라서 즐겁게 살펴보았다. 책의 구성요소에 따른 명칭도 아직 정확히 모른 채 핸드메이드에 관심을 가지고 이미 마음속으로 여러 권의 책을 만들어 보아서 책장에 내가 만든 책으로 가득 채우는 호기에 찬 상상을 해본다.

 

아쉬운 점은 영상이 없으니까 만들다가 막히는 부분에서 어느 통로로 물어보아야 할지가 애매했다. 그밖에 많은 매체에서 접해볼 수 있었던 북아트 법 이외에 또다른 다양한 북아트 방법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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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는 독서법
이토 마코토 지음, 김한결 옮김 / 샘터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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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을 읽고 나서 꿈이 이루어진다면야, 몇 번을 읽고 더 읽을 수 있겠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어떻게 읽어야 꿈을 이룰 수 있을지를 말하는 것이니, 부단한 내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책은 목차를 읽으며 꿈을 이루기 위한 독서법에 한 단계 다가서는 느낌을 받았다.

 

1장에서는 꿈을 이루는 책을 선택하는 방법을 말한다.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 어떠한 의도를 가진 책을 고를 것인지, 얇은 도서와 두꺼운 도서 중에 어떤 책을 위주로 고르면 좋을지, 저자의 생각을 의식해서 의견에 따라 책을 선택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조언을 해준다. 2장에서는 꿈을 이루는 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러 가지 형형색색의 문구류를 동원하여 책을 읽고, 핵심이 되는 부분, 기억에 남는 부분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주체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점들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꿈을 이루는 책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개개인에 맞는 공부법을 이야기 하며 4장은 책을 좀 더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살펴본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연출방법, 다양한 사람의 감성을 접할 수 있는 모임들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꿈을 이루는 독서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데 헛된 노력은 없으며, 책이 인생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재가 되어준다.

 

자신과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저자의 책도 적극적으로 읽는다에서 때로 자신과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저자의 책을 읽는 것도 탁월한 선택임을 느끼게 해준다. 빈틈은 마음의 여백을 만들고, 거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움과 발견, 감동이 불현 듯 파고든다. 또한 나와 연관선상에 있지 않다고 느꼈던 분야의 책에서 연관된 부분을 찾는다면 나의 지식적 경험을 확고히하고, 다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데서 반가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에세이나 자기계발 분야의 독서에 치중된 나로써도 취약했던 경제, 경영 영역에 도전해보고자 의지를 갖게 해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고전은 어렵지만, 고전은 계속되어 읽혀진다. 처음 접하는 게 어렵지만 잊혀지지 않는게 고전 영역일 것 같다. ‘당장 도움이 되는 책은 금세 쓸모없어진다에서는 고전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작품은 시대와 민족, 성별을 초월해 본질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다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미리 겪어보고 살아온 사람들에 삶에서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많이 읽히는 책의 묘미라고 생각된다.

 

2장 꿈을 이루는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책장의 위아래 모서리 접기를 활용하는 방법은 반가운 내용이였다. 책에 직접적으로 밑줄 긋거나 메모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내 스타일은 책장 모서리를 접는 방법을 택한다. 강아지 귀를 닮아 도그이어dog-ear라고도 부르는데 나중에 활용할 만한 문장이 있는 쪽의 책장을 접어둔다. 책의 서평을 쓸 때 주로 모서리를 접어둔 부분을 되새김하며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문장들을 내용으로 풀어쓸 때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책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는 방법 이외에도 책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공되어 있어서 참고하기 좋았다.

 

<꿈을 이루는 독서법>을 보며 인생에서 책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끼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몇 권 안되는 책이지만, 그 책들을 다시금 읽고 처음에 읽었을 때 감정과 두 번째, 세 번째 읽었을 때 나의 감성과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더 깊은 풍미를 느낄때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번 읽고 싶은 책은 책을 사서 읽는 경우가 많으며, 매번 새롭게 읽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하지 않는다. “같은 책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장 정도와 문제의식, 안고 있는 과제 등에 따라 읽고 이해하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공감가는 부분이였다. 그리고 같은 책을 여러명이 읽고 독서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나누고 싶어졌다. 그런 모임에 참여해서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모두의 생각을 공유한다면 내 지식적 경험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간접적 경험까지 쌓이게 되니 얼마나 내용이 더 풍성해질까 상상 그 이상이다. 예전에 법륜스님의 청년학교라는 활동을 하며 법륜스님의 책을 읽고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적 있었다. 독서모임을 한 번도 참석 안 해봤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참여 경험이 있고 그 시간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독서모임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그렇게 책을 활용하고, 책을 좀 더 즐겁게 읽는 방법을 제시해 준 이번 책이 고맙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언뜻 쓸데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일이 많다. 인생은 가치 있는 헛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보면 직업과 관련하여 정보를 습득하는 목적 이외에 독서하는 목적과 도움이 티가 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활동들이 가치있는 활동이고,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우리는 인생을 통해서 보여준다. 독서라는 자체만으로 얼마나 가치있는 활동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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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토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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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 심취하여 이 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현실도피적인 생각도 있었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경제적, 심리적 여건만 된다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머물고 싶다. 그만큼 그 세계에 매료된다. 내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한 것은 국내에서 경주와 제주도였다. 여행을 한창 할 때가 대학생이고, 방학이였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와 가진 게 체력이라 원래 일정했던 여행보다도 더 길게 여행을 하고, 구석구석을 후비고 다녔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휴가를 이용해서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어서인지,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인지 현실로 돌아오기란 쉽지가 않았다. 직장 생활 다니면서 한 곳에 머무르며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일본 교토였다. 교토에서 한 달 살아보기로 한 저자에게 감정이 동화되어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될지 책 서두부터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책의 부제를 달아본다면 하루하루 교토, 그리고 카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전거로 마을을 다니면서 가고 싶은 곳, 가보아야 할 곳, 가보았던 곳을 표시하고 카페들을 하루에 한 곳, 또는 그 이상으로 다니며 교토의 맛과 멋을 즐겼다.

 

교토 여행을 하면서 나 또한 이 곳에 꼭 한번 다시 오고 싶다. 꽃 피는 봄에도, 총천연색 옷을 입은 여름에도, 울긋불긋 나부끼는 낙엽이 지는 가을에도, 솜털처럼 뽀송하게 내려 앉은 눈을 보는 겨울에도 계절들을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여행의 일정이 짧아서 교토 안에서도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녔지만, 어디를 가도 교토는 교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는 예스러운 분위기와 현대의 모습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가장 일본스러운분위기를 담고 있는 도시 중 하나라고 보인다.

여행 안에서 어떤 날은 럭키데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인 날도 있었다. 저자는 평상시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을 뜻밖에 발견하게 되고 웨이팅도 없는 데다 본인이 선호하는 창가자리만 딱 비어있었다. 주문한 음식은 물론 맛있고, 평상시 보기 힘든 편의점에 와플을 두 개나 남겨져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기분 좋게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들어갈 때쯤, 종일 맑던 하늘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사소하고 우연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하루. 완벽한 날을 만들어 주었다. 때로는 희뿌연 안개에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만 내리고, 숙소에서 나오기도 싫은 날이 있었다. 외로움은 극에 달하고 배는 또 왜 그다지도 고픈건지, 한 끼 정도는 먹지 않아도 될텐데 싶지만 야속한 뱃속은 알아줄리 없고. 저자이자 여행자는 그렇게 럭키한 날도, 글루미 한 날들도 보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 마을 사람으로 오롯이 살아보았다.

 

저자의 문체도 여행의 기분을 말해주듯 한껏 가볍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원피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며 한 쪽에는 카메라를 매고 노래 부르며 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청량음료 CF가 생각난다. 여행을 하며 즐겨듣는 음악도 함께이니 얼마나 즐거웠을까. 싱그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20163. 일본 교토와 오사카 여행을 끝으로 내게는 공황장애가 시작되어 비행기는커녕 오랜 시간 여행도 허락되지 않는다. 여행을 다닐때만 해도 조금 더 먼 곳으로, 조금 더 가까운 시일 내에 여행을 떠나야지 하며 즐거워하던 내게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멀리 가지 못한다면 더 높은 곳을 오르자는 꿈이 생겼다. 여행은 책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 간접적인 경험들로 내 삶들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행보가 궁금해지고, 너무나 응원하고 싶다. 여행자이자, 작가로써 앞으로 하루하루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고 설레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여행의 감정에 젖어들어 행복했고, 마음이 가벼웠다. 눈을 감으면 내일이라는 하루를 시작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되지 않고 설레고 부푼 기분으로 가득했다. 소개된 카페에서 주인이 한 명의 손님을 위해 차 한 잔을 내 놓을 때 들어간 정성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그처럼 한 곳 한 곳, 하루하루를 이야기 할 때 작가의 마음 또한 가득 묻어나서 좋았다. 또 한번 교토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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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식사법 - 한끼를 때우기보다 건강하게 즐기는 온전한 식사법에 두루 마음을 쓰다
박민정 지음 / 시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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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양질의 식사를 할까? 나의 경우 몸이 원하는대로 음식 양과 음식 종류들을 맞춰나가다보니 모난대로 살았던 것 같다. 기분 탓일까.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매운 음식이 생각났고,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에 파전, 추울때는 뜨끈한 국물 생각, 야식으로는 치킨과 족발에 마음을 뺏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결국 난 내 몸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구미가 당기는대로 마구 먹었던 것 같다.

 

서른의 나이가 지나고 독립하게 된 지금. 만약에 가족과 함께 살았더라면 모두의 건강을 생각해서 식단을 고민해볼텐데 끼니라는 것.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실생활에 어떠한 영향들을 끼쳤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별반 나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외국 모델이 레몬주스를 먹는다고, 누군가 엄청난 효과를 봤다고 해서 시작하는 디톡스는 라는 주체가 쏙 빠져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여럿이 회식자리를 가지며 내가 주체로 된 식사가 아니라 모두의 공동의견이나, 술자리에 어울리는 식사가 준비된 자리를 우리는 주로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직장생활을 내려놓았으므로 이러한 식사자리를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만인이 느끼는 삼십대는 여전히 그렇다. 이런 자리일수록 날 위한 식사를 하지 못할 때, ‘가 주체임을 깨달아야 한다. 내 스스로가 알아야 내 몸이 알고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고 나면 스멀스멀 나쁜 식습관이 다시 올라온다. 그동안 못 먹었으니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생긴다. ‘건강해졌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악마의 생각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백이면 백, 다시 속이 안 좋아진다.” 이 보상심리가 아직도 날 괴롭힌다. 이만큼 다이어트를 해도 되겠지, 이정도 감량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 라는 심리가 다가오면 습관이 무섭게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여러번 무너져 본 나로써도 그 심리 끝에 방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생각한다. 이것만 먹고 다시 운동하면 되겠지. 몸이 다시 기억하겠지. 그러나 보상심리를 통해 악영향을 끼쳤던 안 좋은 식습관을 기억하지, 몸은 좋았던 식습관은 잊은 듯 하다. 여기저기 속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치고, 결국 소화제나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야 내가 또다시 안 좋은 식습관에 젖어들었구나 되돌아보고 만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가까이에, 평범하게 마주치는 것들에 있다. 바로 이 가지 잎처럼.”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계절에 맞는 잎, 채소들, 과일 먹거리가 널려있고, 계절이 주는 변화를 입맛으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늘 주어지는 것들에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기 일쑤이다. 흙에서, 바다에서, 자연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책에서 마음챙김식사라는 말이 나오는데 적절하게 좋은 표현이고, 모든 음식에 마음을 쓰고, 감사하게 여긴다는 것도 과정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나타내주었다.

 

책에서 요리법, 웰빙푸드로 건강하게 먹는 음식 조리법이 몇가지 나와있다. 조리법이 간단해서 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따라해봄직하다. 내게는 낫토 마마무 덮밥, 무 수프, 토마토 시금치 쌀피자가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빵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나고, 음식을 먹기 전 무언가 얹혀 있는 기분에,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책에 나온 조리법과 갖가지 채소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를테면 빵을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 배에 가스 차는 원인과 해결법, 몸이 원할 때만 물 마시기 등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 무조건 다른 사람들이 먹어보고, 실천해보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식사법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일깨워 준다. 또한 저자 또한 자신에게 알맞은 식사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던 수고로움이 책에 담겨져 있다.

 

온전히 나답게, 먹는대로 산다. 저자의 말에 빗대어 나 또한 말하고 싶다.

올바르게 알고 먹으면, 더 나답게, 더 행복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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