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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사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8월
평점 :
입시 열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뜨겁다. 한국에서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선행학습으로 입시교육을 시작하는 사례가 일찍부터 많이 있었느데 일본도 이에 못지 않게 정해진 입시 코스가 있어 이를 밟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부모들의 교육열이 뜨겁다. 그래서 학부모들끼리 모종의 모임과 거래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설은 이러한 일본의 입시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학부모들 간의 복잡한 관계 속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는 학부모인 슌스케가 별장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된다. 그는 아내가 아이를 일찍부터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한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아내의 뜻을 따른다. 별장에는 아내, 친분이 있는 학부모들, 그리고 자녀들이 있다. 별장에서 부모들의 지휘 아래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를 한다. 다름아닌 합숙을 하며 강제로 공부를 시키는 것인데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일본의 입시열기가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읽는 나까지 숨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에서 본격적인 사건은 슌스케의 내연녀가 별장에 온 것으로 시작한다. 내연녀가 별장에 도착한 이후 별장의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연녀는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잃게 되는데 범인을 알고 나니 놀라웠다. 범인이 자신이 내연녀를 해쳤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일부터 이상한데 더욱 이상한 일은 그 뒤부터 벌어진다. 별장에 함께 있는 학부모들이 범인의 범행을 감싸고 내연녀의 흔적을 다같이 지우자며 협력을 자처하는 것이다.
대체 어떤 내밀한 사연이 얽혀 있기에 이들은 커다한 사건 앞에서 이토록 태연하며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인의 일에 동참하는 것일까. 무엇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흔적을 함께 없애려 하고 무엇을 목적으로 범행을 두둔하는 것일까. 소설은 이야기의 끝을 향해가며 이들이 어떤 이유로 뜻을 함께 하는지 그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독자들은 흥미진진한 전개를 통해 추리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리소설의 카테고리에 있지만 더 깊이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있다. 소설에서 사회적인 이슈와 쟁점을 소재로 자주 다루며 추리소설로서 트릭을 풀어가는 재미도 선사하지만 당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한번은 생각해볼 거리를 제시한다. 이 소설 또한 그 연장에 있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입시문제가 다른 나라에서도 여전히 뜨거우며, 그것이 촉발하는 사건은 어떤 비극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