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평점 :
어느 외딴 산장에 연극 단원들이 모인다. 단장으로부터 받은 뜻을 알 수 없는 초대장을 각자 손에 들고. 단원들은 어리둥절하지만 어렵게 뽑힌 오디션을 통과하는 마지막 절차라는 설명에 어쩔 수 없이 합숙에 참여한다. 그리고 산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곧 작품에 반영할 것이며, 그 내용은 누군가 사라지고 그것을 추리하는 미스터리극이라는 통보가 있다. 모두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원하는 연극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어지는 뜻밖에 사건들은 그들이 겪는 사건들이 실제인지, 연극인지 헷갈리게 한다.
한 명이 사라진다. 모두가 잠은 시간, 피아노를 치던 단원 한 명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엔 쪽지 한 장이 놓여 있다. 이 일은 누군가가 벌인 범죄 행각이며 그 단원은 목숨을 잃었다는 말이 쓰여져 있다. 단원들은 정말로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일이 실제 사건인지, 연극 연습의 일부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산장에서 같이 지내는 단원들 중에 그 범인이 있다는 사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번져간다. 그리고 작가가 심어 놓은 여러 트릭들은 독자로 하여금 대체 누구의 소행이며 어떤 이유로 이 일이 벌어졌는지 찾아가게 한다.
그리고 다음 날, 또 한 명이 사라진다. 두 번째 날부터 서로를 향한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이들은 평범한 연극 단원들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작품활동을 하며 돈독하기도, 반대로 반목하기도 했던 사이였다는 사실들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겉으로는 서로를 한 명의 배우로 인정하는 듯 하지만 그 내부에 숨겨진 질투와 시기는 그들이 그저 평범한 동료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두 명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이 일이 단순히 연극 활동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라는 사실을 실감해간다. 작가는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히 우연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골이 어떻게 표면화되어 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날, 짐을 싸고 산장에서 나가기로 약속된 날, 또 한 명이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앞서 자취를 감춘 두 배우는 여자였지만 이 날 사라진 배우는 남자였다. 단원들은 상대적으로 신체 능력이 강하지 않은 여자들만 노린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건장한 신체의 남자가 사라지며 이 일이 생각한 것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눈에 보인 사람을 없앤 것이 아니라 정확히 타겟을 정하고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대체 이들 사이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 내막은 유일하게 이 연극 작품에서 같은 극단의 단원이 아니었던 사람의 입을 통해 얽히고설킨 사건의 내막이 밝혀진다. 그리고 작품의 종반부에선 이 사건들의 숨은 사연이 밝혀지며 왜 그토록 처절한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게 된다. 작품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 미움과 다툼이, 산장이라는 외지고 갇힌 장소에서 어떻게 극적으로 해소되어 가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간다.
이 작품은 92년도에 쓰여졌다. 작가의 초기작으로 보인다. 출간된지 30년이 지난 작품을 읽으며 요즘 출간되는 그의 작품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젊은 작가 시절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마법 같은 문장력을 소유한 작가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소설이 품고 있는 반전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속에서 전개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 소설은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