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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수업 -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은 왜 인생을 망치는가
로버트 프리츠.웨인 스콧 엔더슨 지음, 박은영 옮김, 알렉스 룽구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은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가 쓴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기존의 틀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바 있다. 이 책은 그런 연구의 일환으로, 개인이 자기만의 인생을 혁신하고 개척할 때 진정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부정적인 메시지는 사회와 개인을 좀먹는 악으로 치부하고 긍정적인 주장만이 옳은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식은 진정 무엇인지 풀어준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중요성은 인식되어 왔지만 요즘 들어 더욱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회가 더욱 각박해지고, 속해 있는 조직과 공동체에서 상처를 받은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고 다시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한 시대에 그 의미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뜻을 풀어보면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인데, 이는 어찌 보면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 책은 요즘 같은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너무 많은 자기존중이 득이 되지 않고 해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시대는 강박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야만 진정한 자기 인생을 되찾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설파하고, 미디어 속 수많은 선생들은 오로지 긍정적인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봐야만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살 수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 결과 자신에게만 깊이 집중하는 일이 오히려 자기를 잃어가는 일이 되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실의 자신이 아닌 맹목적 낙관이 과잉된 자신은 실제 삶의 역경을 마주하면 그 괴리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는 비현실적이고 강박적인 자기애가 아니라 타자와 세계를 향한 연결과 탐구를 통해 나를 벗어나 외부를 향할 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수많은 자기계발서, 성공학 저서들은 '믿음'을 팔아 그 명성을 유지해왔다.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고 위대한 성취를 해낸 내가 진짜 나라는 믿음, 시련과 고난이 있는 삶은 가짜 삶이고 승리와 풍요가 있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는 믿음 등등 개인의 존재를 영웅화하는 믿음을 팔아왔다. 물론 그런 삶, 그런 내가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지만 인생은 나의 성공, 개인의 성취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타인과 사회 속에서 연대를 맺고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보다 다채로운 경험의 장이다. 이 책은 진정 내가 되려면, 진정 자유로워지려면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하는지 질문을 건넨다.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는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