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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뷰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평점 :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읽으며 스파이의 세계란 어떤 곳인지 상상해보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들으 나의 조국, 나의 조직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지만 더 깊은 속내를 보면 그들도 서로를 불신하고 반목하며 배신까지 하는, 여느 인간관계와 다를 바 없는 듯 보인다. 이 소설도 그동안 르 카레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냉철한 스파이이기 전에 한 인간인 여러 군상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존 르 카레는 실제 스파이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느 첩보 소설 작가와 다르게 실제 첩보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왔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인 이 책 <실버뷰>는 르 카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가 이 소설을 쓰다가 건강이 악화되면서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것을 역시 소설가인 그의 아들 닉 콘웰이 이어받아 완성하면서 유작으로 출간되었다.
론즐리는 평화롭고 한가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적지 않은 수입을 얻으면서 살아가면서 더 안정적이고 한적한 삶을 원해 한 지역에서 자기만의 작은 서점을 연다. 그는 조용하고 자극이 적은 삶을 꿈꿨기에 늘 그렇듯 돌아가는 일상에 만족하며 서점 주인의 생활에 적응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소소한 평화로운 일상을 깨는 만남이 찾아온다. 에드워드라는 비밀스러운 사람은 서점을 운영하는 론즐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조용한 그의 일상에 끼어든다. 비밀스러운 그는 론즐리의 친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그의 평화로웠던 일상에 변화를 불러온다.
에드워드는 '실버뷰'라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다. 에드워드는 론즐리의 조용한 일상에 지속적으로 끼어들었고 론즐리는 에드워드로부터 세상을 떠난 친부의 기억을 떠올리며 둘은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던 중, 에드워드의 뜻밖의 제안으로 서점 건물 한 장소에 그들만의 문화공간을 꾸미게 되었고 에드워드의 선제안이었지만 론즐리는 서점 운영 외에도 문화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론즐리는 에드워드와 관계가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실체는 스파이였고 점차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일들의 내막으로 고조되어간다.
이 소설은 존 르 카레의 마지막 소설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첩보 요원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보통은 첩보 활동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에선 요원들의 임무 수행과 그에 얽힌 사건들이 주된 스토리인데 존 르 카레의 소설은 스파이로서 공적인 삶뿐 아니라 개인으로서 인간적인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어 더 매력적이었다. 유작으로 남은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스파이의 삶을 관찰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제 그의 새로운 소설이 세상에 나오는 일이 없게 되었지만 남아있는 작품들은 그의 이름이 잊히지 않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