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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평점 :
상처가 깊으면 병이 된다. 특히 어릴 때 깊은 상처가 있을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삶의 방향이 극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가 있었던 사람은 과거를 극복하고 내면과 삶이 회복되어 성장한 삶을 살게 되고 상처 치유의 기회가 없고 여건이 마땅치 않은 사람은 그 상처에 얽매여 살아가게 된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를 받지만 누군가는 회복된 삶을 살고 누군가는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처럼 두 경우로 나뉘는 등장인물을 통해 상처를 입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먼저, 수현은 노련한 살수이다. 그는 의뢰를 받으면 누가 되었든 그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치운다. 다만 다른 살수들과 다른 점이라면 수현은 상대방을 고통없이 보내주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직업정신이다. 비록 사람을 해치는 것이 직업이지만 상대방의 고통을 감안해 일을 한다. 어찌보면 모순적이지만 그만의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듯 냉혈한인 그가 병으로 쓰러진다. 그의 부하 창진이 그를 발견해 병원에 실어가 겨우 살아나지만 그는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듯 치료의 의지가 없다. 수현을 담당한 의사는 수현에게 미술치료를 받아보길 권하며 누군가를 소개한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 희주. 희주는 미술치료사이다. 희주도 상처가 깊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처음 태어나 자란 환경은 남부럽지 않은 부모님과 가정환경이었지만 부모님과의 비극적인 이별로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희주는 성인이 되어 미술치료사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원한으로 남아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없애려고 심부름센터를 찾는데 그곳은 수현의 부하가 일하는 곳이다. 희주는 그곳이 수현과 관계된 곳인지 모르고 수현과 수현의 누나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한다.
수현은 창진에게 들어온 의뢰를 통해 의뢰자의 이름이 의사가 권했던 상담가와 동일인물인 것을 알고 그 의뢰자의 정체가 궁금해 찾아간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수현은 희주로부터 미술치료를 받는다. 그렇게 희주와 수현은 치료를 하고 또 치료를 받는 시간이 늘어나며 서로의 내면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루어지기엔 희주가 수현으로부터 받은 고통이 너무 컸고 수현은 희주에게 준 고통이 너무 컸기에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욱 둘의 사이는 괴로워진다. 이 소설은 스릴러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이 다시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신선한 소재의 소설을 읽어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