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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코드 - 정신 분석가가 1만여 상담으로 찾은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11월
평점 :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고전 정신분석학은 남성 중심의 정신분석학을 연구하고 설파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제자들이나 후배 정신분석학자들은 그의 남성 중심 사상에 반기를 들고 프로이트의 이론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보완하거나 새로운 후기 정신분석학을 정립해나갔다. 대략 100년의 정신분석학 역사에서 중요한 학자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 프랑스의 학자 자크 라캉은 현대 학자 중에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 전반의 사상을 토대로 특히 라캉의 사상을 통해 여성의 심리를 설명한다.
이 책은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여성 학자로서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어떤 심리적 특성이 지니는지 설명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경험하는 담론과 그 내용이 여성의 내면에 독특한 의미로 새겨지게 된다고 말한다. 여성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여성으로서 자기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고 심리적인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준다.
정신분석학은 무엇보다 인간의 무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의식이 곧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원인이라 여기기 때문에 무의식의 학문이라 해도 무방하다. 프로이트가 처음 무의식의 존재를 설명한 이래 여러 학자가 자기만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을 새롭게 연구해나갔다. 카를 융은 무의식을 신비로운 존재로 여기며 인간의 무한간 가능성이 숨겨진 미지의 장소라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에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하는 라캉은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된 곳이라 주장했다. 무의식은 우리의 욕망이 생겨나는 곳인데 그 욕망은 다름 아닌 외부와 타인으로부터 주입된 언어에 의해 타인의 욕망이 나의 욕망으로 형성된 것이라 설명한다.
이 책은 여성의 심리적 특징을 설명하지만 그것이 생물학적 성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 해도 남성성의 언어가 구조화되어 있다면 남성적인 가치관으로 세계를 인식할 것이다. 반대로 생물학적인 남성이라도 여성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면 세계를 보는 관점은 여성의 가치관일 것이다. 프로이트의 남근 중심 정신분석학은 숱한 공격을 받았고 여성은 여성만의 심리적인 특징을 가지며 특히 라캉은 여성은 결핍된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책은 여자의 심리코드를 5가지로 정리한다. 결핍, 욕망, 사랑, 자존, 자유가 그것이다. 여성은 여성으로 살아오며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내면에 여성으로서의 가치관을 갖는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내면에 딸로서, 여성으로서 애정과 보호를 받으면서도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편견의 언어도 들으며 자라기 때문에 무의식은 진정한 자기 욕망이 아닌 결핍된 욕망을 갖기도 한다. 이 책은 5가지의 심리코드를 설명하며 여성은 남성과 달리 어떤 무의식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어떤 충동과 욕망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 기제를 설명한다.
여성은 자라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독립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려는 시도와 과정에서 그동안 자기 무의식에 새겨진 타인의 언어를 바라보며 나의 실제 욕망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생물학적인 여성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안에 내재된 여성성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자기 삶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욕망을 충실하게 실현하는 데 이해해야 하는 여성의 심리코드를 깊이 분석한다. 여성의 심리를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