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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새해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보려 해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평소의 나쁜 습관은 고치고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해봐도 3일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의지가 약하고 끈기가 없는 나 자신을 책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내 모습을 탓하던 중에, 이런 내가 내 의지의 문제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원인이 있다는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진화심리학자가 쓴 책으로 인간의 행동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요인이 크다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반복해오는 잘못된 행동과 습관을 바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를 인간의 유전적 특성에서 찾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러한 패턴을 반복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의지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 이야기한다.
진화심리학에 기반해서 인간의 행동 패턴을 설명하기 때문에 평소 진화론과 관련한 학문 분야를 신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겐 이 책의 내용이 그다지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진화론을 지지하는 편은 아니어서 큰 신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요즘 인간의 생물학적, 유전적 특질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고 자연스레 진화론과 관련해 알아가야하기 때문에 이 책이 설명하는 인간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이해해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화심리학의 기본적인 큰 틀은, 인간이 오랜 시간 진화를 해오며 먼 과거의 생존이 위협받으며 살아남은 시기에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적 특질이 긴 시간 동안 현대인에게도 생물학적으로 남아있어서 특별한 위험 요소가 없는데도 현대에도 유전적 요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반복되고 쉽게 바뀔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러한 51가지의 사례들을 통해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데, 그 가운데는 인간이 과도한 불안을 느끼는 이유, 끊임없이 게으름을 피우는 이유, 폭식을 반복하는 이유, 사람들과 지내는 게 불편한 이유 등 현대인이 일상에서 자주 호소하는 문제들이 다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들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생물학적인 이유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적 특성을 인정하기를 조언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자신의 노력에 따라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의지적 실천으로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면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라 할 만큼 특수한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책 중간중간마다 ‘노력하면 바뀔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인간이 유전자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변화의 여지가 있는 존재라 이야기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행동의 이유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