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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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극심한 위기를 보내던 시절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정신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일상생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던 때라 책이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유일한 낙이었던 독서로 마음을 환기하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다. 그 책이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는 들어왔지만 별 감흥 없이 한 페이지씩 눈이 가는 데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씩 책에 내용에 빠질수록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책은 지금도 내게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책으로 남아있는데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의 책이다. 그 책을 쓴 저자가 생의 마지막에 쓴 자서전을 읽을 기회가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 박사의 자서전이다. 박사는 자신이 실제로 나치 치하에 감금되었던 수용소 시절에 겪었던 시련과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극복의 체험을 책 한 권에 담았고 그 책은 인생의 수렁에 빠진 수많은 영혼을 살려낸 책으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나 또한 그 책을 읽고 잃어버린 내 삶을 되찾은 바 있는데, 그 책의 저자 빅터 프랭클의 자서전은 어떤 삶의 내력을 품고 있고 또 그를 존경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은 다른 유형의 책들과 달리 저자의 지극히 내밀한 속 이야기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다른 저서들에서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을 담고 있다면 자서전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그 안에 새겨진 내면의 무늬와 층층이 쌓인 사적인 사건들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 자서전 또한 프랭클 박사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다 말하지 못했던, 박사가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환점이 된 사건들과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행복한 시절과 고통의 시절을 겪으며 깨달은 삶의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박사가 남긴 자서전은 자신이 상처를 입은 사건들과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인 강제수용소 시절을 직접 체험했던 박사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는지 그 강인한 삶의 의지를 배울 수 있다. 프랭클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수용소는 죽음의 장소였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삶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록 수용소에서 다른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지만 홀로 살아남은 후에도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삶의 의미가 있었기에 박사는 지금까지 자기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훌륭한 삶의 지침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자서전은 상처를 극복했던 과정뿐 아니라 상처 입었던 내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자가 되었다는 점에 그 의미가 크다. 프랭클 박사는 전후 정신과 의사로서 세계를 누리며 자신의 치료법을 전파하며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되도록 도움을 주며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박사가 정립한 치료법은 ‘로고테라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의미치료’라고 말한다. 이 치료법은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지켜내며 불안을 이겨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프랭클 박사는 정신과 의사였으므로 의학적인 기술로 환자를 고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박사가 다른 의사들과 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환자가 보이는 증상만을 고치려 한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내면과 삶을 끝까지 지켜내고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생의 마지막에 쓴 자서전에는 박사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의 추구와 애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훌륭한 귀감이 되었음을 알 수 해준다.


자서전은 삶을 정리하는 시점에 기록하는 책이다.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돌아보며 자랑스러웠던 사건, 행복했던 사건뿐만 아니라 부끄러웠던 기억, 비밀스러웠던 일들까지 솔직한 마음으로 담아내기에 다른 책들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유명 인사의 자서전보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자서전은 그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던 사람에겐 더 소중한 의미로 읽히는 책이다. 박사의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위기 때문이었지만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삶의 길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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