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완벽한 스파이 1~2 - 전2권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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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가 등장하는 작품은 영화를 통해 본 적은 있어도 소설로 읽기는 처음이었다. 이 소설은 실제 스파이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쓴 책이다. 저자는 실제 영국정보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스파이로서 활동이 끝난 후 소설가가 되어 주로 스파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많이 집필하였다. 저자는 이 소설 외에도 여러 스파이 소설을 쓰며 이름을 알렸고 스파이 소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 중에 이 소설은 작가 본인이 애정을 갖는 작품이라 말할 만큼 공들여 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스파이 경력이 있는 만큼 이 소설은 스파이 장르의 소설로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 있기에 스파이 활동을 하며 경험하게 되는 여러 사건들과 복잡한 감정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스토리에 오롯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스파이였던 작가가 쓴 스파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자서전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스파이들의 활동과 감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다른 보다 내밀하고 개인적인, 한 인간의 내면을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소설은 주인공 매그너스 핌이 한 여관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매그너스 핌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후 주변에 언급도 없이 혼자 조용한 곳으로 떠나와 한 여관에 짐을 풀었다. 핌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그의 행적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스파이들의 대외적인 활약상보다는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과 번민을 더 크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핌은 아내인 메리 핌에게도 말없이 떠나왔다. 그의 아내인 메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스파이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매그너스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쉽게 찾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한 사람이 찾아오는데 그 사람도 매그너스 핌의 행방을 찾고 있다. 그는 핌의 스파이 동료로 사실 찾는다기보다는 쫓는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의 이름은 브러더후드인데 그는 매그너스 핌이 조국을 배신했다는 의심을 품고 그의 행적을 쫓고 있다. 그러다 핌의 아내 메리 핌을 찾아왔지만 핌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그너스 핌은 여관에 머물려 자신의 삶을 정리하려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핌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불행한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핌의 아버지 릭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속이며 살았고 심지어 아들인 매그너스조차 속였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품으며 살아온 핌은 자신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핌은 인생을 살아가며 아버지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예기치 못한 삶 속에서 여러 불행한 일을 겪어야 했다. 그는 무엇보다 스파이로서 살아가며 조국과 적국의 가운데에서 생사를 오가는 활동을 하는 동안 숱한 위기를 경험해야 했고 그러한 삶은 핌에게 평범하지 않은 시간들을 가져다준다.

핌은 스파이 활동을 접고 주변 인물들을 떠나오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스파이로서의 삶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기록으로 정리한다. 자신이 갈등하고 번뇌했던 지난 시간을, 위로를 얻고 정착하고 싶었던 지난 시간을 타자기로 정리하며 자기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스파이로서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이 실제가 아니고 본인이 아닌 다른 존재로서 산다는 것을 뜻한다. 이름도, 직업도, 배경도 숨기며 살아온 한 인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이젠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고백하고 싶다는 몸부림일 것이다. 핌은 그렇게 그 여관에서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정리하고, 소설은 그의 스파이로서의 삶을, 그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다각도로 들려준 후에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을 읽을 때 기존의 스파이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작품들을 기대하기보다는 스파이로서 느끼는 갈등과 고뇌를 깊이 다루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이 소설에 보다 집중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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