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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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전쟁터 속에서도 피어난다.' 사랑의 강력한 운명과 힘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오랜 시간 이루어지도록 했던 요소는 인간의 생존과 종족 보존의 본능에 있었고 그 중심엔 사랑이 있었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아련하고 애틋한 것은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지는 희극과 같은 사랑이 있다면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도 있다. 이 소설은 다른 문학작품처럼 남녀 간의 사랑을, 그것도 전쟁 속에서 피어오른 사랑에 대해 아름답고 애절하게 그려나간 작품이다.

이야기는 삶의 종착역에 다다른 어느 초로의 사람의 유언 작성에서 시작한다. 그는 평생을 살아오며 많은 재산을 형성했고 이제는 삶을 정리하며 자신의 재산을 후손들에게 상속하기 위해 유산 상속의 문제를 변호사에게 의뢰한다. 이 변호사는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로, 이 소설이 실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따라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더글러스 맥파든은 자신의 재산을 남겨줄 자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뢰를 맡은 변호사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허가하며 유산 상속의 문제를 맡긴다. 그리고 얼마 뒤 맥파든이 사망하고 변호사는 유산 상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까운 친척을 찾는다. 변호사가 찾은 사람은 진 패짓 양으로 그는 맥파든의 외조카였다. 변호사는 진 패짓 양이 진짜 친척인지 확인한 후 상속받을 유산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맥파든이 죽기 전 여자 친척이 상속받게 된다면 나이의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유산 전부를 한번에 상속받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현재 속기사로 일하지만 아주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굳이 일자리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여러 신변문제에 대해 담당 변호사인 노엘 스트래천과 많은 시간 상담을 한다. 진 패짓은 변호사와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과거에 경험한 특별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말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진 패짓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말레이 반도에서 일본군에게 전쟁 포로로 잡힌 적이 있다. 말레이 반도에서 다른 영국 출신 사람들과 함께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혔는데 남자들은 다른 곳으로 끌려 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포로수용소로 가게 됐다. 일본군은 포로로 잡은 영국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절대 복종을 명령하고 최소한의 식량과 생활 조건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들을 사로잡았던 일본군은 그들을 수용소로 옮기기 위해 그들을 감시하는 사병들을 붙여 무작정 걸어서 길을 떠나게 한다. 무더운 더위 속에서 무거운 짐을 안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수십 키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걷는다. 처음엔 위험을 무릅쓰고 최소한의 이동 편의를 요구했지만 일본군은 폭력으로 그들을 다뤘다. 그저 참으면서 포로가 된 그들은 일본군을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말레이 반도를 점령한 다른 일본군을 만나도 군인들은 포로들을 수용할 수용소가 없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무작정 명령했다. 명령에 따라 계급이 낮은 감시병들은 포로들을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어느 부대를 가도 귀찮다는 듯이 포로들을 대했고 그들은 또 다시 다른 곳으로 버려지듯 이동했다. 그러다 어느 부대에서 자신들처럼 포로로 잡힌 남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작은 도움을 받게 된다. 그 남자들은 호주인들로 일본군에게 사로잡혀 운전기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가운데 조 하먼이라는 사람과 친해진 진 패짓은 그에게 생필품을 제공받는 등 여러 도움을 받으며 가까워진다. 어느 날 조 하먼은 일본군 장교의 닭을 훔쳐 진 패짓에게 가져다주었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처벌을 받는다. 일본군은 잔인반 방식으로 조 하먼을 나무에 못받아 고문했고 그렇게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져갔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진 패짓은 조 하먼의 죽음을 슬퍼하며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포로가 된 여자와 아이들은 힘들게 이동하느니 수용소에서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말레이 반도에는 여자와 아이들이 있을만한 수용소가 없었기에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좌절 속에서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런 고통 속에서 허약한 아이들이 하나둘 죽어갔고 버티던 여자들도 하나둘 죽어갔다. 이제 그들은 처음 길을 떠났을 때보다 사람 수가 절반이 되었고 그 상태로 또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어떤 부대에 이르러 일본군 장교는 이들을 다시 돌려보냈고 포로들과 같이 있던 감시병을 탓하며 다시 길을 떠나게 했다.

포로들은 좌절 속에서 또 길을 걸었고 감시병은 절망과 수치심으로 병에 걸리게 되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말레이 반도의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에서 현지인들의 배려로 잠시 머물 수 있게 되었으나 감시병의 죽음으로 그들은 포로의 신세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 모호한 상태가 되었다. 이 때, 진 패짓은 기지를 발휘해 마을의 어른에게 자신들이 그동안 오랜 시간 떠돌았으며 이제는 지쳤으니 현지인 여자들이 일을 하듯 우리도 일을 해서 마을 일을 도울 것이니, 일본군에게 이 마을에 있도록 허락맡는 것을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마을의 어른은 수락하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일본군에게 마을에서 지내도록 허가를 받고 3년을 현지인들처럼 일하고 먹고 자며 생활한다. 그동안 일본군은 패했으며 여자들과 아이들은 자유의 몸이 되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까지 진 패짓은 자신의 과거 행적을 변호사에게 숨김없이 이야기하며 자신이 지금 상속받을 수 있는 일부 유산을 사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진 패짓과 영국인들을 도와주었던 말레이반도의 현지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의 현지인 여자들은 물을 사용하기 위해 긴 거리를 왕복해야해서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진 패짓으 자신들이 받은 도움의 답례로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변호사는 유산 사용의 재량권이 있었기에 진 패짓의 진심을 알게 된 이상 도와주기로 하고 진 패짓은 말레이반도의 마을로 떠나게 된다.

말레이반도에 도착한 진 패짓은 그 마을을 찾아갔고 마을 사람들과 어른들의 환대를 받으며 마을을 향한 답례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마을 어른은 회의 끝에 우물을 만드는 것을 수용했고 여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물을 사용하기 위해 들인 고생이 끝나는 것을 기뻐하며 진 패짓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을의 우물 공사는 바로 시작되었고 공사 기술자들은 빠른 속도로 우물을 만들어갔다. 진 패짓은 자신을 알고 있는 기술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우물이 다 만들어지고 말레이 마을을 떠나며 진 패짓은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 하먼을 만나기 위해 호주로 향한다. 호주에 도착한 진 패짓은 조 하먼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살았던 목장까지 오랜 시간을 이동했지만 막상 그가 살았던 마을에 도착해 전해들은 그의 이야기는 그가 영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조 하먼은 영국에서 스트래천 변호사를 찾아가 진 패짓의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중이었다. 변호사는 진 패짓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조 하먼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변호사에게 이야기하며 그녀가 기혼인줄 알았지만 미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용기내 찾아왔노라 이야기한다. 그때 진 패짓은 변호사와 편지를 주고 받고 있었고 변호사는 조 하먼이 영국에 있으며 호주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도록 편지를 쓴다.

진 패짓은 호주의 윌스타운에서 조 하먼에 대한 편지를 받았고 그를 기다린다. 진 패짓은 그동안 호주의 번화가인 앨리스 스프링스를 둘러보며 조 하먼이 말했던 앨리스가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한다. 진 패짓은 며칠 후 공항에 나가 조 하먼이 비행기에서 내리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진 패짓과 조 하먼을 재회를 했고 그동안 엇갈린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진 패짓은 조 하먼과 더 가까워지며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조 하먼은 진 패짓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고 또 영국인이기 때문에 호주같은 황무지에서는 살아가기 불편할 거란 생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진 패짓은 이 부분에 대해 조 하먼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은 호주에서 살아갈 의향이 있으며 그동안 윌스타운에서 지내며 생각한 꿈에 대해 조 하먼에게 이야기한다. 진 패짓은 앨리스 스프링스처럼 윌스타운을 만들어가고 싶은 소망을 품게 되었고 조 하먼은 그녀의 꿈을 알게 되어 처음엔 반대하지만 이내 받아들이며 둘은 연인이 된다.

진 패짓은 변호사의 재량권으로 일부 유산을 사용해 윌스타운에 공방을 만들어 직원을 두며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옆엔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윌스타운에 사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윌스타운은 진 패짓의 꿈을 따라 조금씩 변화해갔다. 진 패짓은 말레이반도에서 현지에 적응해 살아남고 또 후에 우물을 만들어 그곳을 변화시켰듯 삭막했던 윌스타운도 활기가 넘치는 새로운 도시로 변화되었다. 변호사는 진 패짓의 사업 계획을 현실적으로 고민하며 그녀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었고 진 패짓은 점점 사업을 확장시켜 앨리스처럼 공장과 아이스크림 가게와 미용실과 세탁소와 청과물 가게와 여성복 매장과 영화관과 수영장 등등 수많은 사업장을 만들어 윌스타운을 번영시켰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마침내 진 패짓은 윌스타운이라는 작은 지역을 자신의 꿈을 통해 앨리스처럼 만드는 꿈을 이루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진 패짓은 포로 시절에는 죽음과 위험을 무릅쓰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진취적인 삶을 선택해 살아갔고 또 그와 같이 윌스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을 앨리스처럼 많은 사람들이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다. 그녀의 이러한 삶에 대한 의지력과 정신력,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는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사랑의 마음과 개척 정신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한 여자의 삶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힌 삶이 아니라 끝끝내 살아남고 성장하며 성공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귀감이 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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