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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리스타트 - 생각이 열리고 입이 트이는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인간의 삶은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그 너머의 가치를 위해서 부단한 투쟁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라고 한다면 먹고 사는 문제, 즉 생존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서로에게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경쟁 상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간에겐,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엔, 다양하고 방대한 인간과 인간과 세계를 논하는 지식과 지혜가 역사의 지층을 이룬다. 이 책은 인간이 이 세계를 토대로 살아가며 쌓은 지혜의 총체인 인문학을 입문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여러 실록들을 대중적으로 서술해 소개하는 대중역사가가 쓴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사료들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인 기록들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경력이 있다. 저자는 대중적인 역사서들을 주로 저술한 만큼 이 책 또한 역사를 중점으로 인문학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문학을 심도 있게 전공하지 못한 대중들에게 인문학은 다소 어렵고 현실과 그리 가깝지 않은 학문 영역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인문학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고 과거의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그리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학문 영역이라고 소개한다.
인문학을 이루는 학문 분야는 역사, 철학, 종교이다. 이 책은 3가지 학문 분야를 토대로 독자들이 인문학을 보다 가깝고 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이 제목처럼 인문학을 공부하기를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로 쓰여진 만큼 이 책은 다른 인문학 입문서와 같은 기존의 개념과 용어와 이론을 사용하면서도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의미가 필요한 부분에는 저자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요소들이 여러 의미를 담고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이 인간의 삶과 그 토대를 설명하는 학문인 만큼 인간의 생존과 가장 밀접한 문제인 경제를 인문학의 기초로 서술한다. 그리고 경제를 조정하는 행위인 정치를 함께 설명한다. 인간사회의 핵심인 경제와 정치는 국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국가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정치의 의미, 여러 정치 체제, 정부 형태, 국가가 경제를 다루는 재정 문제 등등 인문학의 기초를 설명한다. 그리고 경제와 정치의 총합인 역사를 인문학의 토대로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는 관점을 다루면서 기존의 역사 시대의 구분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대 구분을 이야기한다. 기존에는 <원시시대(석기시대 등)-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시대 구분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기준에 따라 <채칩시대(산업제로시대)-농업시대-공업시대-상업시대-지식시대>로 인류의 시대를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공식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역사의 문제가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어떻게 서술되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책의 시대 구분이 흥미로웠고 역사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신선했다.
이 책은 인문학의 기반인 역사를 세계사적 사건들을 통해 서술하면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며 생존하는 지침이 되는 종교와 철학을 설명한다. 종교의 문제를 다루면서 동서양의 종교들을 핵심적인 사항들을 중심으로 각 종교의 기원과 발전 과정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철학을 서술하면서 인간의 사유를 통해 발생하고 현재의 당대적 문제들을 주요 이론과 개념, 용어들을 통해 설명한다. 종교와 철학의 역사가 곧 인류 역사의 기반인 만큼 종교와 철학이 각각 발전하고 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다시 분리되기까지 긴 역사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이 현실의 문제들, 인생의 문제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의미를 제공하고 어떤 가치를 제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인문학이라면 그 방대한 학문 영역에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커다란 틀을 사실적으로 파악하게 도와주고 인문학이 친밀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인문학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현실의 첨예한 문제들을 파악하는 토대를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