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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로 -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
윤재은 지음 / 현대지성 / 2020년 9월
평점 :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생존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은 가치를 위해 나아간다는 것의 의미한다. 인간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본능을 따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본능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이성과 생각의 힘으로 인간은 인간 존재와 관련한 문제들을 헤쳐나간다. 그런 노력 속에서 인간은 세계와 인간과 인생의 진리를 찾는 모험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철학이라는 학문이 발생했고 긴 세월 동안 인간의 지혜의 정수를 모아놓은 학문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의 문제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건축을 주된 직업으로 하며 철학적인 연구를 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의 주요 쟁점들을 다루며 철학적 주제들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을 풀어간다. 일반인이 철학을 공부하고 이해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철학 원전에 도전할 생각을 못하고 철학의 여러 개념들과 역사를 다루는 개론서들을 통해 철학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철학이란 학문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며 철학을 통해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중점으로 중요한 개념과 이론, 용어들을 시대별로 설명한다. 이 책은 우선 그리스 고대 철학부터 다루며 처음 철학적 사유를 시도했던 인물들을 통해 인간에겐 진리를 찾는 오랜 역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대철학의 토대를 기반으로 중세 시대를 지배하는 교부 철학과 스콜라 철학이 세워졌다. 그후엔 계몽주의 근대 철학이 도래하며 인간이 이성을 통해 이 세계를 더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근대 철학의 중요한 두 축이 되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는 칸트에 이르러 종합적으로 정립되었다. 이어서 헤겔이 절대정신이란 개념으로 이 세계를 해석했다. 그후엔 이러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관념적 해석에 대항하며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공산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니체의 니힐리즘으로 이어지고 그 계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철학을 그저 어려운 학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목적과 방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기 인생의 본질을 모색하고 사유하며 진정한 위로를 선사하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철학 개론서처럼 학술적인 서술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닿아있는 문제들을 논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모색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찾고 안식을 찾게 되기를, 그리고 마침내 철학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독자들을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철학은 공부한다는 것은 부단한 인내와 노력을 요구한다. 철학에 대한 지식이 있다하더라도 현실에서 실질적인 보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소 현실과 괴리된 학문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이 불안한 시대에 불안한 존재로 살아갈 때 철학이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가장 밀접하고 첨예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 한권을 읽음으로써 단순히 서양철학의 쟁점들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 속에서 유의미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철학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삶의 문제들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계기를 얻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