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에비
J .P. 포마레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와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은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는 삼촌이라는 사람과 동거를 한다. 아니, 주인공의 입장에서 그 심정을 말한다면 납치와 감금을 당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내가 왜 이 곳에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야하는지, 나와 동거하는 삼촌은 누구인지 주인공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주인공의 이름은 에비. 그 이름은 삼촌 짐이 붙여준 이름이다. 삼촌이라 주장하는 짐이 주인공에게 세뇌시키듯 말하는 그날의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과 그 보호자인 삼촌은 호주의 시골마을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에비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답답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삼촌 짐을 의지할 뿐이다. 인질범에게 인질로 잡힌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인질범에서 심리적인 의존을 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같은 상태로 에비는 짐에게 생존을 의탁하고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에비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고 그 의혹의 중심엔 삼촌 짐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에비는 생존을 위해 삼촌의 말을 따르는 듯 하지만 그것은 연기에 불과하다. 에비는 속으로는 삼촌을 증오하며 이 곳에서 벗어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에비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과연 탈출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에비의 진짜 이름은 케이트이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곳에 왔고 나는 그날밤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매순간 떠올리려하지만 기억의 응답은 잠잠할 뿐이다. 소설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 에비가 사건을 겪은 '이후'와 '이전'으로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데 이야기가 흐를수록 케이트가 에비가 되어가는 과정이 소설의 긴장감을 높인다. 에비는 자신이 케이트라는 이름으로 호주의 한 지역에서 살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이 케이트로 살았을 때를 기억하며 자신이 현재 갇혀 있는 장소와 사실 그리고 과거에 진정한 자신이었던 시간을 회상하는 것을 늘 반복한다. 하지만 에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삼촌이라 하는 짐에게 감시를 당하며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반복해서 듣는 얘기는 에비가 어느 날 밤의 사건에 연루돼 이곳에 도망왔으며 이곳을 벗어나면 위험해진다는 위로를 위장한 협박이다. 에비는 짐과 위험한 동거를 하며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미로에서 진실이라는 출구를 찾아 헤맨다.

이 소설 <콜 미 에비>는 주인공 에비가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찾는 내면적인 방황과 현실의 모색 속에서 과연 이야기의 끝엔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반전을 품은 책이다. 과연 나를 감금하는 짐이라는 사람은 누구이며 자신이 감금된 장소는 어디인지, 나는 어떻게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지 에비의 심정을 감정이입하며 읽다보면 어느덧 그 놀라운 결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애독자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선사해주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