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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아비투스는 아우라처럼 인간을 감싸고 있다. 협상할 때, 데이트할 때, 어린이집을 고를 때, 사업상 접대 자리에 나갈 때, 심지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드러난다. 아비투스는 인생 설계, 명성, 사고방식 및 생활방식, 식습관, 말투, 만족감, 신뢰, 사회적 지위, 성숙한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아비투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아비투스는 일부에게만 평평한 길을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날개가 되어주기는커녕 날아오르는 것 자체를 방해한다. 하지만 이런 아비투스는 바꿀 수 있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성공에 유리한 아비투스를 많이 혹은 적게 몸에 익힌다. 행동 방식과 생활방식, 지위와 언어, 자원, 성공 기회, 삶에 대한 기대에서 추진력을 얻느냐 제동이 걸리느냐는 아비투스에 달렸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 방식, 습관으로 세상을 맞이하느냐는 아비투스에 달려 있다.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지금의 태도를 빚어낸다. 돈이 부족했나 풍족했나? 어린 시절 방에 책이 50권 넘게 있었나 아니면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었나? 휴가 때 여행은 어디로 갔나? 혹시 여행 자체를 안 갔나? 부모님은 성실과 상상력 중에서 무엇을 더 많이 칭찬해주었나? 아빠는 조깅을 했나 아니면 낚시를 했나? 이 모든 경험이 합쳐져 나중에 무엇을 평범한 일,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의미 있는 일로 느낄지 결정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성장했는지와 관련이 있다. 표면적으로만 개인이 결정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 말은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다. 아비투스는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부르디외는 탁월함의 전제 조건을 자본이라고 보는데 그가 말하는 자본에는 돈과 능력 이외에 많은 것이 포함된다. 출신 배경과 인맥도 자본이다. 교육, 관계 맺는 방식, 미적 감각, 달변과 적합한 목소리톤, 당당한 자세도 자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낙관주의와 안정적인 정신도 자본이다. 그러므로 남들과 자신을 구별 짓고 돋보이게 할 수단은 아주 많다. 여러 범주의 자본이 인간의 잠재력을 맘껏 발휘하게 한다.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이 모든 자본이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 유형을 다양하게 가질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
1. 심리자본 :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느냐 아니면 중간 수준에 머물게 하느냐는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 있다.
2. 문화자본 : 선망과 존중을 받는 코드와 취향. 몸에 밴 고급문화와 탁월한 사교술이 고전적 문화자본이라면 주의 깊고 한결같은 생활양식 혹은 용기 있는 기행과 개별성이 새로운 트렌드의 문화자본이다.
3. 지식자본 : 졸업장, 학위, 전문지식, 경력, 학술 및 기능 자격증, 자신의 지식과 역량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 능력.
4. 경제자본 : 소득, 현금 자산, 부동산, 주식, 연금, 보험, 예상되는 상속 재산 등 모든 물질적 재산.
5. 신체자본 : 스스로 얼마나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활기차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판단. 사람들은 외형에서 사회적 지위, 내적 가치를 유추한다.
6. 언어자본 : 유창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다양한 관점에서 구체적, 객관적으로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어디에서 무슨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7. 사회자본 : 누구를 아는가. 개인이나 집단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 든든한 가족, 훌륭한 롤모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 진정성 있는 멘토, 결정권자와의 친분,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 영향력, 권력, 가시성.
이 일곱 가지 자본 유형은 투자 포트폴리오와 같다. 저마다 자본 유형의 구성과 비율이 다르다. 어떤 이는 돈과 인맥이 풍족하다. 어떤 이는 고급 취향과 교양으로 빛을 발한다. 또 어떤 이는 동년배들이 은퇴를 계획할 때 여전히 실력 발휘를 한다. 상류층은 보통 모든 자본 유형을 넉넉히 갖고 있고 그런 가정의 아이는 삶이 출발선부터 더 많고 좋은 자본을 쥐고 있다. 그러므로 비슷하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비슷한 아비투스를 갖는 건 아니다.
상류층의 자손들은 자본 유형 대부분을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그들에게는 큰 포부를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점박이하이에나와 마찬가지로 이런 출신 배경은 아름다운 유년기를 선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평생을 최상층 혹은 상당히 높은 위치에 머물도록 보장한다. 독일 사회학자 미하엘 하르트만은 이런 배경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를 입증했다.
하지만 아비투스를 굳어버린 습관으로 여기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당연히 우리의 성향과 편애는 삶의 경험과 함께 변한다. 인간은 상황에 맞춰 태도를 바꾼다. 모든 계층과 분야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수준은 계속 올라간다. 부르디와가 명확히 말한 것처럼 아비투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한다.
저자는 이 책을 보통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런 계층 사다리의 중간에 있는 이들은 성과 지향 아비투스가 강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환경에서 튀어 보이는 꿈들을 기꺼이 실현한다. 더 큰 계획 앞에서 움츠러들게 하는 장애물을 털어낸다. 자신이 원하는 집단의 진입로를 찾아낸다. 경쟁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 이들은 새로운 아비투스를 구축해 돈이나 능력만으로 안 되는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한다. 필요한 것은 비밀스러운 지식이 아니다. 아비투스를 풍성하게 하는 자본 유형은 명확하다. 상류층으로 태어나지 않아도 고급 아비투스를 성취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