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5월
평점 :
마음의 병 때문에 긴 시간 고생하면서 그 원인이 심리적인 문제나 뇌기능의 불균형에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늘 내면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고 인지적인 오류를 교정하거나 병원에서 약을 먹으면서 치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단순히 심리적이고 뇌의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부분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라는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마음의 병에 몸의 영향이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몸의 문제가 마음의 병으로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정신의학을 공부하다가 연구과정 중에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고 일련의 계기를 통해 신체의 염증이 정신질환을 발생하는 데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저자는 면역정신의학 또는 신경면역학이라 불리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이 학문이 정신적인 문제의 새로운 접근법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저자는 그것을 계기로 더 깊은 연구를 했고 그 결과가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조울증 등 인간의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는 이 책은 그동안 마음의 병을 파악할 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참신하게 일깨워준다.
몸의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 변화로 기분 변화와 우울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그때문에 사회적 스트레스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그래서 신체 염증이 일어나는 식으로 돌고 돈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 몇가지 있다. 이원론적 세계에서 우울증은 순전히 마음의 문제이며 따라서 치료는 심리학으로 한다. 그런데 1950년대부터는 뇌에 작용하는 약으로 우울증을 치료해왔다. 명상 혹은 마음챙김 수련은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조절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가난이나 학대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들은 해결이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치료법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 및 관절염과 비만 등 신체질환과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를 표적으로 삼아 몸 속에 돌고 있는 이 악순환의 고리들을 끊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염증의 신체 징후나 증상을 치료하는 데는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염증이 생긴 마음의 치료에는 사용되지 않는 항사이토카인 항체 주사 같은 것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동안의 우울증 치료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단순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증상에 대해서만 표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 이면에 서양의학에서 데카르트 철학 이후 몸과 마음을 따로 보던 시각이 이제는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고 그에 따라 발생한 병에 대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알게 되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매우 유익하고 유의미한 독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