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그의 아들 오언 킹과 함께 쓴 소설이다. 스티븐 킹은 미국의 유명 소설가로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스테디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명작으로 꼽는 '쇼생크 탈출'이 그가 쓴 작품 중 하나이다. 내가 스티븐 킹을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본 뒤 원작자를 찾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을 접하면서였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독자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소설을 사랑하고 탐독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세계는 현실을 살아가는 한편 현재의 삶 너머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스티븐 킹과 오언 킹의 신간 <잠자는 미녀들 1>은 그의 명성이 공허한 이름으로 전해져온 것이 아님을, 과연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고 할만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잠자는 미녀들 1>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평범한 삶이 하루아침에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뒤바뀌는 충격에서 시작된다. 따분할만큼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여느 때와 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여느 때와 같이 자기를 둘러싼 현실 속으로 당연스레 스며들어간다. 미국의 어느 한적한 지역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그 곳에서 일을 하거나 그곳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의 정신적 안정을 관리하는 정신과의사 노크로스 박사는 결점을 가진 인간에 대해 연민을 갖고 그를 환자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인간으로 대하는 온정적인 의사다. 그는 교도소의 교도관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원만한 관계를 가지는 한편 재소자들과는 비교적 허물없는 인간적인 의사와 환자로 관계를 이어간다. 그래서 그는 재소자들에게 나름 인기가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부인인 라일라는 남편인 노크로스 박사와 따뜻한 애정이 담긴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녀 또한 지역의 교도소와 관계되어 있는데 그녀는 지역의 보안관으로서 주민들과 동료들의 신임을 받으며 그 지역의 안전과 치안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 한다. 그리고 그 지역의 교도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다름 아닌 교도소의 전권을 행사하는 코츠 교도소장이다. 코츠 교도소장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이 맡은 일에 성실함과 책임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그의 지휘 아래 교도소는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들이 가득한 장소지만 냉철한 관리와 통제로 철두철미한 질서가 유지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이 조용한 아침과도 같은 곳에서 때아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저지른 이중 살인사건과 방화사건은 이 소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미지의 인물은 흉악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음에도 어떤 감정의 동요조차 없는 모습으로 라일라 보인관에게 검거된다. 라일라의 연이은 질문에 이 잔혹한 살인범은 뜻모를 이야기를 뱉어낸다.

 

 

"그들은 나방(moth) 관찰자를 '모서(mother)'라고 불렀어요. 어머니를 뜻하는 '마더(mother)'와 철자는 같지만 발음은 다르죠."

 

 

알 수 없는 대답은 알 수 없는 사건들로 이어진다. 미지의 인물의 등장 이후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미지의 전염병을 만나 유례가 없는 대혼돈의 시간을 맞는다. 변함없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리라 아무 의심 없이 살아가지만 갑작스러운 커다란 변화는 조용한 마을을 일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은 매그다 부인은 화면 속에 나오는 낯익은 얼굴을 보며 반색을 하지만 이내 뜻밖의 급박한 뉴스를 접한다. 오래 전 그녀가 돌보던 아이가 기자가 되어 바쁜 현장 뉴스를 전한다.

 

 

"여성 환자 대부분이 잠든 후에 다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와이에서 발생한 사건과 비슷합니다."

"남성 환자들은.......?"

"남성 환자들은 멀쩡합니다.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잠든 여성들의 얼굴에서 무언가 자라고 있다고 보고가 됐는데 여기서도 그런가요?"

"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미케일라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을 종용했다.

"종양 같이 덩어리가 자라는 게 아니고 얼굴에 솜이 붙은 것처럼 보여요.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한 가지 질문만 더......"

"정말 가야 해요. 어쨌든..... 자라고 있기는 해요. 그 솜 같은 것이요. 그게 좀..... 역겹게 생겼어요."

녹화된 장면이 끝나고 생방송 화면으로 돌아왔다.

"병원 내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심상치 않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이상입니다."

 

 

뉴스가 전파를 타고 사람들은 처음 들어보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다. 뉴스가 방송된 이후로 마을은 천천히 변화의 서막이 올라가고 있었다.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업무를 하며 일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듯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감당하지 못할 사건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노크로스 박사 집에서 수영장 관리를 하는 앤턴은 집에 와서 자신의 엄마 매그다 부인을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한참을 불러도 부인은 대답이 없다. 자신의 귀가 인사를 전하기 위해 엄마의 방에 올라간 앤턴은 잠들어있는 엄마의 몸에서, 특히 얼굴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고 숨이 턱 막히는 충격을 받는다. 뉴스에 나온 그대로 부인의 잠든 얼굴에는 하얀 털뭉치와 같은 고치가 자라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앤턴은 엄마의 얼굴을 뒤덮은 하얀 고치를 떼어내려 애쓰는데 그것은 비극이 시작됨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겨울잠에 빠지듯 잠들었던 부인은 깨어났지만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자신을 죽이려는 적이라 생각하는듯 자신의 아들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연속적으로 하며 그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부인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사건은 곧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며 이 평화로운 마을은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남자들은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루틴을 따라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여자들에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여자들이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끼고 이내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자신의 자아조차 잊게 되는 깊은 병에 빠져들게 된다. 잠든 여자들의 변화는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의 아버지, 남편, 아들, 연인에게 포착되었고 그녀들은 남자들에 의해 병원으로 가거나 또는 남자들을 공격하며 가정 가정마다 독버섯이 퍼지듯 여자들만의 전염병으로 무너져간다.

 

 

이비 도우(그 여자가 성을 끝내 말해 주지 않아서 라일라 노크로스는 이름을 그렇게 기록했다.)가 트루먼 메이웨더의 트레일러를 찾아간 날 아침, 둘링 카운티에 사는 1만 4000여 명의 여성들 대부분은 평소처럼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수면병'으로 불리다가 '여성 수면 독감'으로 명칭이 바뀌고 이제 '오로라 병'으로 불리게 된 전염병에 관한 뉴스를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오로라 병이라는 명칭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오로라 공주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이 소설 '잠자는 미녀들'은 스티븐 킹 미스터리 특유의 매력과 분위기를 자아내며 독자들을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들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깊은 잠에 빠져들듯 독자들도 스티븐 킹의 스토리텔링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요즘의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팬데믹에 이른 것처럼 이와 맞물려 소설 속의 이야기에 빠지다보면 더 진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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