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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감정중심 심리치료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도 마음의 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그리 온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고백하고 차츰 인식이 넓어지면서 마음의 병도 여러 병 중의 하나이고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을 먹듯 그러하다는 것을 이해해가고 있다. 나도 과거에는 마음의 병으로 인해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았고 누구에게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이해와 공감의 기회는 적어져갔고 혼자 병을 끙끙 앓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별다른 희망 없이 약 하나에 의지해 생활을 이어갔어야 했다. 그런 시간 동안 혼자 고민하면서 마음의 병에 대한 책들을 섭렵해가며 나의 내면과 그 속의 문제들을 하나씩 이해해나갔다. 심리 관련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마음의 병으로 인한 증상을 약으로 관리할 수는 있으나 그 원인이 되는 뿌리를 알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내 병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노력을 이어가던 중에 좋은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마음의 병에 대해 다루는 여러 책들은 위로에 집중해 책을 읽는 순간에는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경험을 하고 그후에도 좋은 기억을 남기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치료하는 것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나의 병을 이해하고 스스로 치료의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약을 먹는 것만으로 삶을 살아가면 하나의 관리 수단이지 치료방법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지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병의 원인을 알아가도록 돕는 치료법을 있다면 그 방법을 통해 내 마음의 병의 본질을 깨닫고 해결하게 되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이 책은 그 해결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은 그 크기가 크냐 작냐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가 제 때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어 오래 되면서 치료가 필요한 마음의 병이 되었다. 그러한 사람들은 특히 어린시절에 많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는데 어린 시절 받는 상처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상처 받은 성인들의 마음 속에 아직 울고 있는 내면아이가 있어 성인으로서의 건강하고 독립된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상처 받은 내면 아이는 성인이 된 나를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게 하고 여전히 상처의 기억 속에서 살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며 성인이 된 내가 부모와 같은 존재가 되며 보살펴주면 내가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되며 홀가분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은 세 가지 층위의 내면을 보여주며 그에 기반한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변화의 삼각형'이라는 치료 모델이다. '변화의 삼각형'은 각 꼭짓점에 '방어'와 '억제감정'과 '핵심감정'이 있는 마음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지도가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평온하고 명료한 상태로 안내해준다고 말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리든, 어떤 원치 않는 행동을 하든, 성격의 어떤 면을 바꾸고 싶은 상관없이 변화의 삼각형은 현재의 증상을 완화하고 회복하기 위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변화의 삼각형은 우리가 약물이나 알콜, 그 밖에 진정성과 활력을 앗아가는 방어처럼 마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는 긍정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나아가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를 이해하게 해준다.
변화의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는 핵심감정, 억제감정, 방어가 있다고 했는데 하나씩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핵심감정은 타고난 생존의 감정으로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말해준다. 불안과 수치심, 죄책감 같은 억제감정은 핵심감정을 차단한다. 억제감정은 우리가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우리를 교양 있는 사람으로 유지해준다. 또한 우리가 핵심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임시방편이나 안전장치가 되어준다. 방어는 우리가 감정의 고통에 시달리고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게 보호하는 마음의 장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변화의 삼각형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걷다 보면 열린 마음을 갖게 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과거에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인 우울, 불안 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분 좋은 기대감도 갖게 되었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치료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나 자신이 더 성숙해지고 발전해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