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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운 국내 시인들의 시 중에 유일하게 지금까지 외우는 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외우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고 나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시인의 모든 시를 외우지는 못 했지만 <서시>, <별 헤는 밤>, 이 두 시는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기억 한 곳에 뚜렷히 자리잡고 있다. 시인의 시는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또 한편으로 강하고 정직한 성격이 있어서 그의 암울한 시대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을 느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담긴 다이어리를 받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렇게 예쁜 다이어리를 어떻게 쓰지?' 하는 것이었다. 보통의 다이어리라면 지저분해지는 건 생각지도 않고 일단 손 가는 대로 쓰고 보는 타입인데 이렇게 예쁜 다이어리는 아까워서 쓸 수가 없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순수하고 깨끗한 시가 담긴 다이어리는 왠지 그처럼 깨끗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어서 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다이어리가 나오게 됐는지 다이어리 속을 살펴보았다. 다이어리는 서울시인협회와 윤동주 100년 포럼의 기획으로 윤동주 시인이 애독한 시를 위주로 선정하여 실었다고 한다. 이 다이어리는 스스로 날짜를 정해서 시작할 수 있는 5년 다이어리로 윤동주 시인이 시, 수필,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남긴 말들을 짧게 정리하여 날마다 읽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가장 사랑하고 시상을 떠올렸던 시인들과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폴 발레리, 샤를 보들레를, 프랑시스 잠, 장 콕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아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의 주옥같은 시를 윤동주의 시와 함께 100편을 엄선하여 실어 자기계발과 더불어 감성을 깨우게 하는 다이어리북으로 엮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시가 담겨있는 다이어리인 만큼 그 안에는 내 삶의 아름다운 날들을 기록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됐다. 아름다운 시가 가득 담긴 예쁜 다이어리를 이리 저리 넘겨보면서, 다이어리 하나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윤동주 시인이 <서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게 됐다. 이제 이 다이어리에 나의 마음이 오롯이 담기게 될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든든함마저 느껴졌다. 참 잘 만든 다이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