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와서 메타포를 세차게 두드린다.


후두둑 비처럼 와서 발등에 내리더니 이내 기억 속의 그 때, 그 눈, 나라는 기억이 나를 그 곳으로 데려간다.


지금의 아내가 된 그녀에게 보냈던 여덟 편의 연작시를 읽고서, 혼자 가만히 앉아 느낌을 풀었던 일기도 새로이, 

젊은 시절 날카로운 턱선과 빛나던 눈길이 그 때의 배경음악들과 함께 소녀처럼 온다.


그래, 나는 시를 썼었지, 글을 지었지, 내 마음을 그렸지.

수많은  이미지, 부끄럽지만 그득했던 메타포 그리고 운율, 그 속에서 춤을 췄었던 나날들.


그 중의 한 글을 다시 옮긴다.

기억이 와서 다시금 기지개를 켜는 오늘.......  참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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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must be axe to break frozen sea inside me.

-Franz Kafka(1883-1924)


어제는 

무지를 가여이 여겨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자 

광화문의 서점에 들렀습니다.


수 권의 책을 펼치니 스르르 바다 내음이 배어 나옵니다.

언 바다가 그렇게 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슬몃 책을 든 내 손톱의 검은 때가 부끄러웠습니다.


어김없이 시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내 사랑하는 시인인 신경림 님의 책 속에 또 내 사랑하는 시인인

나희덕 님의 시가 출항을 준비하는 나룻배처럼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젖지 않는 마음

- 편지3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



- 나희덕 시, 젖지않는 마음- 편지3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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