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의 왑의 일생... 이 책을 읽은 우리 아이 첫 마디가 인상적이다. "엄마, 당연하지...왑은 사람을 싫어 하는 것이 정말 당연해!!" 하긴 내가 생각해도 왑은 억울할것 같은데..... 마냥 행복할것만 같았던 왑의 생활은 인간이라는 낯설고도 이기적인 동물에 의해 산산히 조각난다. 어느날 정말 우연히 만나는 수소와의 만남... 그 수소는 사람들이 애지중지 키우는 소 떼의 우두머리로 수소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던 왑의 엄마는 인간의 무자비한 총의 공격에 죽음을 맞이한다. 왑은 아웅다웅 티격태격 지냈던 형제들과도 총격앞에 이별하게 되고... 갑작스럽게 홀로 남겨지 왑은 무서움과 두려움에 정신이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끊임없은 인간의 덪.... 왑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지만 차츰 생존본능에 삶을 이어가게 되고.... 코요테와 고슴도치에 벌벌 떨던 왑은 자라면서 강하고 위협적인 숲의 주인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렇다고 인간과의 만남이 끝난 것은 아니다. 왑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은 무참히 왑의 영역에 침범하고, 왑은 언제나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시튼의 눈에 비추어 졌던 인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왑의 눈에 비추어졌던 그 모습 그대로였을까? 씁쓸한 마음이 시종일관 가시지 않았던 이야기... 그렇지만 인간의 한 없는 이기심을 반성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결국 자연을 파괴했던 장본인은 바로 인간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나누었던 이야기의 대부분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문제... 제법 생각의 보따리가 커진 우리아이는 왑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고 있었다. 욉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순환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었지만, 아이와 나는 오랬동안 가슴이 저려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언제까지 우리는 파괴자의 오명을 이어갈까? 아이와 심도있는 대화의 창구를 열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