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새로운 풍경에 관하여
아침달 출판사의 <일상시화> 시리즈에서 김소연 시인의 《생활체육과 시》가 2024년에 출간되었다.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는 시인이 생활에서 돌보는 테마와 시를 함께 이야기하는 아침달의 에세이 시리즈다. 시인이 저자인 이 시리즈는 시인의 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를 깊게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리즈다. 이번 책인 김소연 시인의 테마는 '생활체육'이다. 생활체육은 걷기를 포함해 가벼운 운동을 뜻하는 용어인데, 시인은 생활체육이라는 몸짓으로 시와 삶의 윤곽을 따라 걸으며 자신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원동력에 관해 말한다. 귀하고 빛나는 발자국들이 많은 책이다.
몸이 하나의 질문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어떤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이상할 때 계속 묻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말이다. 나는 무엇이 답인 줄도 모르는데, 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어 무작정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제자리를 돌고 보았던 동네를 다시 보고, 가끔은 무거운 헬스 기구들을 들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할 때 가슴에서 문 하나가 열린다. 나는 그 문틈으로 불안한 나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나의 속에는 질문이 아니라 울분이나 번뇌들이 있었다. 불길한 마음이 질문의 탈을 쓰고 등을 찌른 것이다. 일어나서 걸을 수밖에 없도록, 걷다가 자신들을 풀숲이나 강변에 풀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답을 쫓아가면 두고 온 질문을 오래 생각하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곳에서, 새로우나 불안한 풍경 속에서 다시 두고 온 질문을 찾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들. 그 순간들은 같은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나,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돌아감이 생활을 회복하는 과정 같았다.
김소연 시인의 《생활체육과 시》는 생활체육(걷기 등 가벼운 운동)이라는 몸짓으로 시와 생활의 여러 장면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몸을 움직이며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우리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잠깐 그 이름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벗어도 좋다는 걸” 같은 사유는 비애 속에서도 다른 길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일말의 가능성 하나라도 발견하기 위해 생활체육을 하는 게 아닐까. 비애가 이 삶의 전부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있다. 그렇게 한 발씩 내디딜 때 조금 더 오래 걸어야겠다는 마음이 그곳에서부터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