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남극 기지에 방문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 과정부터 펭귄 마을에 들러 작별을 고하기까지의 여정은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남극’은 무엇인지, 남극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나라는 사람의 품을 넓히기 위해서는 작가의 남극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이탈리아고 누군가에게는 다른 공간이 있을 것이다. 작가처럼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갔을 때, 생활은 생활을 벗어나 무한한 확장을 거듭하는 미래가 된다. 바라던 장소에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찮다는 것은 아니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원하는 미래에 당도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가 보여주었기에, ‘자신만의 남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은 언제나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된다.
공간으로서의 남극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즉물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인간종으로서 작고 단순하고 겸손해지는 과정을” 겪었다고 할 만큼 압도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은 사실 우리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진 않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 크게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작가가 보여 준 남극이라는 현실은 실존하기에,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으로서 남극이라는 공간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 본연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은 그런 공간이니까.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나의 동굴이 잠시 넓어지는 느낌을 겪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남극은 어떤 곳이냐고 만약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에서 보았던 풍경을 내가 느꼈던 대로 말해줄 수 있을 듯하다. 작가가 환하게 보여준 풍경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한편에는 남극이 있어 이 책을 읽은 뒤로 다른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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