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문을 들여다 보자
세계는 그보다 더 많은 의문을 가져다 주었다
김멜라의 『환희의 책이 현대문학 출판사의 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21년부터 '젊은작가상'을 연속 수상하고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김멜라는 『내 꿈 꾸세요』 등 여러 작품에서 사회적 약자를 조망했다. 다수의 세계에서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소설의 형식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낯설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번 작품 또한 기존의 소설 작법에서 벗어난 형식적 실험을 시도한다. 비인간동물(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의 동물, 이하 비인간)의 시선으로 레즈비언(일명 두발이 엄지, 주인공인 호랑과 버들) 커플을 관찰하며 자연의 비밀을 밝히려 하는 세 마리 곤충(톡토기, 거미, 모기)의 연구를 보여 준다. 시나리오 형식으로 소설이 진행되며 지루하지 않은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은 항상 옳은가? 논리는 늘 통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규격화된 이성, 각자에게만 옳은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하다. 그래서 세상은 다양한 것이다. 이 생각은 사랑에도 적용할 수 있다. 사랑은 꼭 '연애 - 결혼 - 2세'의 굴레를 따라야 하는가? 나는 사실 연애도 관심이 없지만, 결혼, 2세는 더더욱 하고 싶지 않다. 요새는 고려하고 있긴 하다만, 이 생각은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져 왔으니, 오래된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 종을 보전한다. 이 과정은 그들의 일이다. 존중하지만, 나의 일로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은 생각일 뿐이지만, 이러한 생각이 생활인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여러 소수자가 있고,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깥으로 표출하길 겁내지 않아 수많은 상처를 입는다.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병이 생기고 미쳐버린다. 욕망은 더 거세지고 거부하고 싶은 건 더 거부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김멜라의 소설은 이들을 조명한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비인간의 시선, 벌레의 시선으로 주인공인 레즈비언 커플의 욕망과 슬픔에 파고든다. 연구로써, 관찰로써 아주 차갑고도 집요하게.
김멜라의 『환희의 책』은 인간이 아닌 톡토기와 거미 그리고 모기의 시선으로 두 인간 레즈비언 커플인 호랑과 버들의 사랑을 들여다본다. 곤충들은 비생식 동거 집단으로 불리는 호랑과 버들을 관찰해 연구를 하는데, 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은 매우 특이하게 그려진다는 것이 특징인 듯하다. "벌레를 잡으려고 발달한 엄지가 인간 신체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인간을 '두발이엄지'로 분류하는가 하면 인간의 이족보행에 관해서는 계속 넘어져야만 했던 이들을 조롱하기도 한다. 벌레의 눈으로 본 호랑과 버들의 사랑은 아주 활발(?)하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사랑에는 불안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를 안고 만지는 여성들이 머무는 폭력과 허무의 세계에서 그들의 사랑은 항상 전시되고 판단되며 질문화되기 때문이다. 이 서술은 소수자의 사랑이 세계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과감하게 보여준다. 그리하여 소수자 당사자들은 자신의 사랑을 거듭 의심하게 되고, 탈출하려 하거나 모든 것을 내면화해 받아들이고야 만다. 이는 호랑과 버들의 서술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