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도 정답도 아닌 믿음으로
미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안온북스 출판사에서 최진영 소설가의 『쓰게 될 것』이 출간되었다. 2020년대에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 가장 화두가 되는 사회문제를 비롯한,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는 지점들을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내놓으며 폭넓게 다룬다. 작가가 쓸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씀으로써, 독자는 그것을 읽고 자신이 있을 미래의 장면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최진영의 신작은 지금까지 출간한 여러 작품처럼 자신만의 소설적 세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 걸음 더 확장하는 단단한 에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하는(물론 나도 나의 주변은 매우 좋아하고 아끼고.. 그렇다) 인간적인 현상을 버거워한다. 가끔은 지구온난화나 전쟁, 질병 등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커다란 이유로 얼른 지구가 리셋되는 편이 서로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뉴스를 보면 야당과 여당은 항상 싸우고, SNS에는 가면을 쓴 채 자신이 표출할 수 있는 가장 혐오스러운 모습을 당당히 내놓는 걸 보면서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수많은 바깥을 경험하면서 조금 아쉬운 것들이 생겨 주머니에 쌓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지만 귀한 기억들을 변기 물 내리듯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사라지는 걸 보고만 있게 된다면, 그건 정말 슬프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단 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
최진영의 신작 『쓰게 될 것』은 믿지 못하는 것들을 눈앞에 두고 그것 주변에 있는 것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표제작 「쓰게 될 것」의 배경인 전쟁을 기점으로 기후 위기, AI 여성 서사, 빈부 격차 등 지금을 사는 우리가 죽기 직전까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정면으로 맞서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작가의 태도는 작가만의 확신을 가질 때까지 위험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다. 소설에서 중요한 건 이야기도, 플롯도 아닌 작가의 일관된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최진영의 소설에는 항상 모든 이야기와 플롯을 뛰어넘는 태도가 앞장선다. 무엇이 작가를 현재의 가장 끝이자 미래의 초입에 우뚝 서게 했는지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기꺼이 망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마음, 그 마음은 주변에 있는 귀한 것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발현된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