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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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겨울은 무슨 맛입니까?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겨울 간식집』(읻다, 2023)

저마다 겨울을 잘 지내기 위한

따뜻하고 쌉쌀한 음식을 다룬 여섯 편의 이야기

읻다 출판사에서 겨울의 장면에 음식을 접목하여 만든 테마 소설집 앤솔로지 『겨울 간식집』이 출간되었다. 『겨울 간식집』에는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이 참여하였으며 각각 뱅쇼, 귤, 다코야키, 만두, 호떡, 유자차를 소설에 등장시켜 겨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쌉쌀하다. 독자들은 필진이 내놓는 간식을 손에 쥐듯 소설을 쥘 때마다 이야기의 풍경으로 들어가 각기 다른 겨울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겨울에 가장 좋은 음식은 뭘까? 개인적으로는 호떡, 귤, 다코야키, 굴 …. 너무 많이 떠올릴 게 뻔하니 이만 줄여야 한다. 아무튼, 겨울에는 따뜻한 음식이 좋다. 그건 겨울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시원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겨울에는 오히려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도 추운 겨울에 더욱 정신을 차리기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냉면 같은 음식. 생각해보면 겨울에는 손이 시려운데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누군가와 국화빵을 함께 나눠 먹으며 추운 거리를 돌아다닌다거나, 다코야키 트럭 아저씨 앞에서 오 분이고 십 분이고 기다렸다가 열두 알 정도 사서 후후 불어먹는 장면들. 이런 순간들은 생각만 해도 속이 뜨뜻해지고 손발이 시렵다.

『겨울 간식집』에 작품을 실은 작가들은 각자 겨울에 내놓고 싶은 음식들을 통해서 다채로운 겨울의 장면을 보여준다. 박연준의 「한두 벌의 다른 옷」에서는 뱅쇼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팔각은 어째선지 시적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붉음”으로 주머니가 물드는 상상은 오직 겨울의 몫이겠거니 싶다. 김성중의 「귤락 혹은 귤실」에서는 귤을 둘러싼 귤락에 관해 말한다. 누군가는 귤실이라고도 했지만, 귤을 보호하는 귤실 같은 누군가 혹은 대상을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겨울 간식집』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크게 무겁거나 어려운 소설집은 아니다. 겨울의 어느 화창한 하늘을 보면서 읽거나, 눈이 펑펑 오는 날 뜨거운 뱅쇼 혹은 캐모마일 차를 마시면서 읽기 좋은 편안한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아껴먹으려고 하나씩 읽을 수 있고, 나처럼 맛있는 것을 못 참는 사람들은 다 먹어버릴 듯 한 자리에서 완독해도 좋다. 겨울은 그런 맛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주목한 소설은 정용준의 「겨울 기도」였다. 다른 소설들도 분명하게 좋았으나, 나는 다코야키를 좋아하니까….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인 만큼 내가 먹고 싶은 걸 리뷰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만두를 가장 좋아하지만, 만두는 겨울보다는 새해가 좋다.

정용준의 「겨울 기도」에서는 몸도 마음도 혼란한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스무 살, 신경이 등장한다. 학교도 나가지 않는 신경은 기숙사에서 나와 고시텔에서 살고 있다. 그런 신경을 찾아온 엄마는 문어를 가지고 오고 신경은 그것을 정말 싫어했다. 문어를 버리려다가 고시텔 관리인이 제지하고 문어를 삶고 손질해준다. 105호 여자는 신경에게 다코야키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허기를 채운 신경은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정리해야만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대표적인 겨울의 감각을 보여준다. 겨울이란 한 해의 마무리기도 하지만 다음 해의 포문을 여는 도약으로써의 계절이기도 하다. 갓 스무 살이 된 신경은 자신이 넘어야 할 문턱 앞에서 배고픔을 겪고 있다. 몸과 마음이 배고픈 그에게는 어떤 온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온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소설에서는 다코야키이며 다코야키는 겨울의 생경함과 추위를 지워주고 배와 마음속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주변의 인물들에게 받은 사랑과 따스함으로 자신이 과거에 사랑을 받았던 사람에게 다시 사랑을 베풀려고 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은 선경이 새벽에 엄마의 병원에 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나는 겨울의 감각을 엿본 것 같다. 우리에게 겨울은 어떤 의미이며 겨울 속에서 무엇을 바라볼 수 있는가. 나는 정용준이 제시하는 장면에서 겨울만의 온기를 볼 수 있었다. 인물의 행위를 통해서만 발현되는 온기를 말이다.

다른 소설들은 소개하지 못했지만, 소설마다 주목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이 다채롭다는 점은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 간식처럼 이번 소설들을 하나씩 빼먹으며 나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아무래도 조금 따뜻하면 좋겠다는 생각. 『겨울 간식집』을 통해 나의 겨울에 몇 가지의 맛을 더 수놓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맛의 겨울을 가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당신의 겨울은 무슨 맛입니까? 묻자마자 주변이 따뜻해지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볼 수도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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