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인 「연수」는 운전공포증을 앓는 주연의 이야기다. 주연은 살면서 실패를 해본 경험이 없고 열심히 삶을 사는 여성이다. 하지만 실패해 본 적 없는 주연에게도 단 하나의 실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운전이다. 언제까지고 운전을 하지 않을 순 없어서 주연은 맘카페에 가입해 엄마 나이대이면서도 ‘일타강사’로 소문난 여성 운전 강사를 만나게 된다. 둘이서 운전을 시작하면서부터 서사는 시작된다.
나는 운전을 정말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주연과 비슷하지만 나는 남성이어서 운전을 못 한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단점으로 보이곤 했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저렇게 사랑으로 배운 운전이라면 정말 운전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운전 강사는 어딘가 드세면서도 따뜻해서 주변의 따뜻한 어른 한두 명 정도를 떠올리기도 했다. 동시에 이 소설은 운전 강습만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주인공인 주연의 엄마와 주연과의 서사 또한 눈여겨볼 부분이었는데, 엄마는 주연의 성취를 기쁨으로 삼는 사람이었고 주연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조금 의아했다. 누군가의 성취가 자신의 기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안위보다 더 아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삶의 축복 중 하나 아닐까. 이 대목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관계라는 포인트는 어딘가 기이하면서도 너무 따뜻하다. 아주 따뜻해서 떨어지고 싶을 만큼.
장류진의 소설은 여러 지점을 건드린다. 이번 소설에서는 격려하는 마음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어가지만, 서사의 주변에는 사회의 문제를 건드리기도 하고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독자는 단편을 읽으면서 많이 사랑받고 답답해하며 슬퍼할지도 모른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모든 것이 기쁨으로 느낄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장류진은 독자의 자전거 안장 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부분을 잡아준다. 독자가 이 이야기를 다 훑고 혼자서 서사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말이다.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게 분명하다. 장류진의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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