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저편에서 바라보는
무너질 수 없는 사랑의 미래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하여 『브로콜리 펀치』(문학과지성사, 2021)로 첫 소설집을 출간한 이유리 소설가의 첫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가 안온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따뜻한 상상력과 독특한 낙관적 태도를 통해 보여주었던 이유리는 이번 연작소설에서 긴 호흡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순간을 죽음이라는 현상을 통해 보여준다.
죽음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의 이전을 삶이라 부르지만 이후는 무엇이라고 확실히 부를 만한 용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용어가 없다는 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추상적인 현상에 어떤 생각을 더하거나 상상한 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죽음과 삶을 생각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과연 죽음 이후의 나는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나의 존재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나 있을지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결론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나를 제외한 나의 주변에 남은 나의 흔적이 나머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곤 했다.
이유리의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여섯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이전에 수록된 소설에 등장한 화자와 아주 잠시 스쳤거나 얽힌 인물이다. 그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스스로 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죽음이라는 현상은 비통하고 슬픔으로만 읽힐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이유리는 특유의 낙관으로 이러한 시선을 뒤엎는다. 슬픔은 더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랑과 기쁨, 스스로 발견하는 희망을 허투루 넘기지 않으며 그것을 확실히 바라본다. 그리고 기꺼이 희망의 곁으로 향한다. 희망의 옆으로 가는 길에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을 모두 겪어야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