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현실을 긁고 또긁으면서 기다란 구멍을 내고야 마는데, 어쩔 수 없이 정신분석학의 관점을 잠시 빌리자면, ‘아브젝시옹 (abriection)과 ‘주이상스‘(jouissa nce)를 동시에 사유하게 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ㅡp.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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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의 달

조용미

메타세쿼이아가 달빛에 검게 빛나는
밤의 국도변

마곡사쯤에서 길 놓아버리고
달 따라간다

달을 지나가는 여행,
멀리 불빛 휘황한 저 도시에
그가 잠들어 있다

달이 나를 데리고 천천히 가는,
들의 비닐하우스가 밤바다처럼
빛나는
황악산 지날 때

막 내 곁을 떠나 뒤로 가는
저 물 속의 달

메타세쿼이아가 검게 출렁이는
밤의 국도면

ㅡ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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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30이경림시<기수급고독원>중

흘러가는 구름을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산비탈 공터에 홀로 울울한 팽나무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우듬지 근처, 위태롭게 얹혀 있는 까치둥지의 검고 성근 속을,
담장을 뒤덮은 개나리덩굴 아래 고양이처럼 앉아 있는 검은 줄무늬 돌멩이를,
엄동에 종일 생선 리어카에 붙어 서서 떨고 있는 반백의 저 사내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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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발굴 숙소의 책꽂이에 꽂혀 있고 별들은 하늘의 서재에 가득찬 책장을 넘긴다. 벌들은 꿀을 모으는 것이 아나라 꼭 꽃의 잠을 모으는 것 같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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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한판 살아본 사람들은 알지. 꽃이 떨어질 때 신음 소리가 나는데 그 신음 소리는 자신이 낸다는 것을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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