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아픈 귀였다
피부보다 민감한 통점이었으며
소음의 배후였다
고집이 세었지만
언제나처럼 뿌리는 없었다
나는 부적절한 귀가 지은 죄였다
부글거리는 문장을 오래 품고
발설하지 않는 인내는
절대 미덕이 아니었다
나의 내부가 늘 고요했다면
공사장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따금 귓바퀴가 아파오고
구름도 작악꽃도
단풍나무 숲도
가장 아픈 문장을 엿듣고 말았다
처음과 끝처럼
후회는 결코 혼자 오지 않았다
세상의 한 귀가 부서지고
기우뚱 균형을 맞추려던 그때
나는 이 세상도 오래 앓았던 귀라고 믿었다

ㅡp.0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집트에서는 거북이 뇌, 따오기 똥,
 사내아이를 낳은 젊은 여자의 모유 지방, 악어의 배설물.
개미 알을 태워 빻은 가루로 화장품을 만들었다.
BASICSeonA usicallME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시와 처벌의 핵심적 관념들 중 하나는 근대 사회가 규율적"(disciplinaire) 사회로서 정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규율(discipline)이 어떤 하나의 제도 또는 기구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 그이유는 정확히 규율이 모든 종류의 기구들과 제도들을 가로지르면서이들을 또 하나의 새로운 양식으로 재접합 · 연장하고, 나아가 집중.
실행시키는 하나의 권력 유형, 즉 하나의 테크놀로지이기 때문이다.내치(治, police) 또는 감옥과 같이 명백히 국가에 속하는 특별한 요소들 또는 톱니바퀴들에 대해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본주의 체제가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면서 현대사회의 복잡성이 21세기 인간의 살을파고든다. 이미 두 세기 전에 마르크스가 비판했듯이 "단단한 모든 것은 대기 가운데 녹아 사라지고 신성한 모든 것은 불경해지는 근대 자본주의 체제는 그 특유의 무서운 잡식성으로 기존 가치관과 세계관을 야금야금 잠식해버렸다. 당분간 그것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움직이는 노래가 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울고 있는 손이 하나 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면 끊어질 수 없는 실 하나를 간직한다고 믿었
다. 전생에 너는 작고 어두운 벌레였을 거야. 나는 기어
가면서 빚을 냅니다. 기어가면서 나는 빛이 있습니다. 여
기에 그리고 저기에. 흙바닥을 구르는 그림자가 있다. 어
두움 속에서야 간신히 제 몸을 펼쳐 보는 눈길이 하나 있
다. 밤하늘의 새는 날개가 아니라 영혼이구나. 밤하늘의
구름은 누구도 담을 수 없는 먹물이구나. 새 떼들은 날아
가는 것으로 순간순간 새로워지고 있었다. 멀어지면서.
죽어가면서. 우리는 결국 연민을 배우러 이 세상으로 내
려왔나요. 다시 하늘의 별이 되어 올라가면서. 다시 응결
되는 눈물로 흘러내리면서. 사라진 뒤에야 들려오는 귓
속말이 있었다. 몰라도 좋았을 표정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빛에 젖어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있었다. 죽은 가지는 너무 늦은 인사를 너무 이르게 건네
고 있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가로로 세로로 친천히
드러나는 점선이 있다. 점선과 점선들로 분명해지는 어
제의 여백이 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하나둘 맺히는
얼굴이 있다. 만지고 만져서 작아진 돌이 하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