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움직이는 노래가 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울고 있는 손이 하나 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면 끊어질 수 없는 실 하나를 간직한다고 믿었
다. 전생에 너는 작고 어두운 벌레였을 거야. 나는 기어
가면서 빚을 냅니다. 기어가면서 나는 빛이 있습니다. 여
기에 그리고 저기에. 흙바닥을 구르는 그림자가 있다. 어
두움 속에서야 간신히 제 몸을 펼쳐 보는 눈길이 하나 있
다. 밤하늘의 새는 날개가 아니라 영혼이구나. 밤하늘의
구름은 누구도 담을 수 없는 먹물이구나. 새 떼들은 날아
가는 것으로 순간순간 새로워지고 있었다. 멀어지면서.
죽어가면서. 우리는 결국 연민을 배우러 이 세상으로 내
려왔나요. 다시 하늘의 별이 되어 올라가면서. 다시 응결
되는 눈물로 흘러내리면서. 사라진 뒤에야 들려오는 귓
속말이 있었다. 몰라도 좋았을 표정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빛에 젖어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있었다. 죽은 가지는 너무 늦은 인사를 너무 이르게 건네
고 있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가로로 세로로 친천히
드러나는 점선이 있다. 점선과 점선들로 분명해지는 어
제의 여백이 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하나둘 맺히는
얼굴이 있다. 만지고 만져서 작아진 돌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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