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나 손 같은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목소리 안에는 에로스가 거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타자와의 관계를 노정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오로지 의미의 요소들이 회전하고 부딪치며 만들어낸 어떤 발화의 장소로 기능할 때, 시의 목소리로 편입될 수 있을 뿐이다. 목소리는문법의 견고한 카테고리를 뚫고 범람한 발화의 흔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들을 때, 말하는 방식과 별개로 목소리가 우리에게느끼게 해주는 모든 것을 우리는 전부 알거나 오롯이 인식할 수 없다. 목소리에는 음성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특히 시에서, 주체의 분출구, 주체의 표식이자, 시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독창성의 울림이기도 하다. 시의 목소리는 언어의 조직과 말하는 행위로부터 뿜어나는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시의 목소리는 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의미의 재료이자 의미의 표식, 대상 들이 만나고 부딪혀 빚어낸 관계의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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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디의 그림에 배경은 없다. 모란디는 그림에서 배경을 삭제했다. 그의 그림에서 그릇은 놓여 있다. 어디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놓여 있다. ‘어디에‘ 를 삭제했기 때문에 어디라도 상관없어진 상태. 나는 그의 그림에서 세상의 모든 장소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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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어제와 같은 거짓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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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오역과 창작의 유혹

출간되는 수많은 번역서 가운데 한 권을 집어 들어 그 책을 완독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이 책을 통해 만난 사람은 원전의 저자일까, 아니면 그 책을 번역한 번역가일까.
그도 아니면 둘 다일까. 11월호를 맞아 《월간미술이 마련한 특별기획 ‘번역, 오역과 창작의 유혹‘은 "모든 번역은 오역이다"란 오래된 경구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원작자의 작품을 제2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 누군가에겐 ‘반역‘으로, 누군가에겐
‘창작‘으로 해석되는 현실을 수용한다. 이는 곧 번역은, 단순히 ‘문자의 옮김‘이 아닌 언어와 그 언어가 속해 있는 문화, 그것을 둘러싼 사회 등이 모두 다른 원작자의 세계를 옮기는 작업임을 뜻한다. 따라서 번역가는 독자의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바꾸기위해 "창의적인 비평을 하고 "창조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면에 초청한 번역가들 역시 반역자이자 창작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번역과 번역작업의 고충, 번역가에 대한 출판계나 학계, 미술계의 처우 등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그와 더불어 번역의 또 다른 주체인 출판사 운영자 또한 번역서 출간과 편집자 역할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전해왔다. 무엇보다 이번 특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보다 전문가인 이들이 추천한 좋은 번역서와 번역되어야 할 책들이다.
끝으로 국내 미술 신(scene)에서 진행 중인 의미 있는 번역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등을 소개한다.
 이제 다시, 서두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읽은 문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또 다른 질문으로 찾아보자. 그것을 생각해보는 일이왜 중요할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ㅡㅡ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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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

 필자는 번역의 과정과 시(時)를 쓰는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작시와 번역이 썼다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문장을 통해 의미를 정확히, 효율적으로전달해야하는 과정을 거치는 점을 지적한 것만이 아니다. 가장 극적인 그 단어를 찾아야하는 숙명이 시인과 번역가에게 짐지워진다.
 그래서 "이 말밖에는..." 이라는 그들의 고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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