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나 손 같은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목소리 안에는 에로스가 거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타자와의 관계를 노정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오로지 의미의 요소들이 회전하고 부딪치며 만들어낸 어떤 발화의 장소로 기능할 때, 시의 목소리로 편입될 수 있을 뿐이다. 목소리는문법의 견고한 카테고리를 뚫고 범람한 발화의 흔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들을 때, 말하는 방식과 별개로 목소리가 우리에게느끼게 해주는 모든 것을 우리는 전부 알거나 오롯이 인식할 수 없다. 목소리에는 음성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특히 시에서, 주체의 분출구, 주체의 표식이자, 시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독창성의 울림이기도 하다. 시의 목소리는 언어의 조직과 말하는 행위로부터 뿜어나는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시의 목소리는 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의미의 재료이자 의미의 표식, 대상 들이 만나고 부딪혀 빚어낸 관계의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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