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詩움직이고 싶어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뛰고 싶어날고 싶어깨고 싶어부수고 싶어울부짖고 싶어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까무러쳤다 십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p.23
분홍 새기지개를 켜다가 보았어.굴뚝 위의 야릇한 새.그게 정말 분홍색인지그게 막 깨어난 햇님의 장난인지눈비비고 나니훌쩍 지붕 너머로 사라졌어.내 말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분홍새를 본 것 같다니까. 내 말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갸우뚱거릴 것 없어.무슨 은유인지, 상징인지.난 분홍새를 보았고그저 보았다고 말하는 거야.그저 그뿐이야.
충규 봄을 버리러 갑니다 헛디딘 것이 페달뿐이겠습니까 자전거 바구니에 채운 어린 계절은 울지도 않습니다환절기처럼 가려웠던 날들, 긁힌 자리마다 바퀴의 흔적입니다지는 꽃잎처럼 말을 더듬는 바람에게 계절의 부재를묻지 않겠습니다구르지 않는 봄이 덜컥 울음이었을 때 핸들을 놓고 기울어져도 좋았습니다봄을 외면하고비틀거리던 방향은 이제 멈추기로 합니다 그림자부터휘어지는 목련 아래에, 모든 처음을 버려야 겠습니다바큇살이 꽃무덤* 처럼 웃고 있습니다*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p.132
보리가 익을 때보리대궁 속으로까실하게 소름이 돋는다어딘가 붙어 다니기 힘든가늘고 날카로운 촉수를 밀어내려안간힘을 쓴다팔십삼 년 동안 버팀목이던 척추더는 견디지 못하여 휘어지기 시작한 날어머니는 결국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다빗장 하나를 덧대어우둘투둘한 돌기들이우둑우둑 뼈를 삼켜가는 동안마지막 잡은 낫자루 쪽으로무딘 밑동이 나동그라진다농익은 보리 대궁들이푸석거리며 객혈을 하고 있다
가끔은 슬픈 목소리로, 또 가끔은 즐거운 목소리로,중요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야, 이건 정말 있었던 일이야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