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詩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홍 새

기지개를 켜다가 보았어.
굴뚝 위의 야릇한 새.
그게 정말 분홍색인지
그게 막 깨어난 햇님의 장난인지
눈비비고 나니
훌쩍 지붕 너머로 사라졌어.
내 말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분홍새를 본 것 같다니까.
 내 말 듣는 거야, 안 듣는 거야?
 갸우뚱거릴 것 없어.
무슨 은유인지, 상징인지.
난 분홍새를 보았고
그저 보았다고 말하는 거야.
그저 그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충규 


봄을 버리러 갑니다 헛디딘 것이 페달뿐이겠습니까 자
전거 바구니에 채운 어린 계절은 울지도 않습니다

환절기처럼 가려웠던 날들, 긁힌 자리마다 바퀴의 흔
적입니다

지는 꽃잎처럼 말을 더듬는 바람에게 계절의 부재를
묻지 않겠습니다

구르지 않는 봄이 덜컥 울음이었을 때 핸들을 놓고 기
울어져도 좋았습니다

봄을 외면하고

비틀거리던 방향은 이제 멈추기로 합니다 그림자부터
휘어지는 목련 아래에, 모든 처음을 버려야 겠습니다

바큇살이 꽃무덤* 처럼 웃고 있습니다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리가 익을 때

보리대궁 속으로
까실하게 소름이 돋는다
어딘가 붙어 다니기 힘든
가늘고 날카로운 촉수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팔십삼 년 동안 버팀목이던 척추
더는 견디지 못하여 휘어지기 시작한 날
어머니는 결국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다
빗장 하나를 덧대어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우둑우둑 뼈를 삼켜가는 동안
마지막 잡은 낫자루 쪽으로
무딘 밑동이 나동그라진다
농익은 보리 대궁들이
푸석거리며 객혈을 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은 슬픈 목소리로, 또 가끔은 즐거운 목소리로,
중요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야, 이건 정말 있었던 일이야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