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규 


봄을 버리러 갑니다 헛디딘 것이 페달뿐이겠습니까 자
전거 바구니에 채운 어린 계절은 울지도 않습니다

환절기처럼 가려웠던 날들, 긁힌 자리마다 바퀴의 흔
적입니다

지는 꽃잎처럼 말을 더듬는 바람에게 계절의 부재를
묻지 않겠습니다

구르지 않는 봄이 덜컥 울음이었을 때 핸들을 놓고 기
울어져도 좋았습니다

봄을 외면하고

비틀거리던 방향은 이제 멈추기로 합니다 그림자부터
휘어지는 목련 아래에, 모든 처음을 버려야 겠습니다

바큇살이 꽃무덤* 처럼 웃고 있습니다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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