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익을 때

보리대궁 속으로
까실하게 소름이 돋는다
어딘가 붙어 다니기 힘든
가늘고 날카로운 촉수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팔십삼 년 동안 버팀목이던 척추
더는 견디지 못하여 휘어지기 시작한 날
어머니는 결국 지팡이를 짚기 시작했다
빗장 하나를 덧대어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우둑우둑 뼈를 삼켜가는 동안
마지막 잡은 낫자루 쪽으로
무딘 밑동이 나동그라진다
농익은 보리 대궁들이
푸석거리며 객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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