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言歌

뻐꾸기가 뻐꾹,
뻐꾹 울면서 날아간다
날아가는 건 비둘기
뻐꾹시계가 한 번 울 때마다
벽 저편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열두 마리 비둘기가 한 마리씩
푸득거리며 날아간다
푸득거리는 건 빗소리
대꾸하지 않아도 상심하지 않는
옹알거림이여, 투덜거림이여, 킬킬거림이여
나는 빗소리 속으로 자맥질한다
비 듣는 잠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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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과 함께 단색화를 중심으로 자기지시성만 남은 미니멀함이 모든 것을 점령하고 빨아들이고 있다. 현대미술은 모든 것을 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극히 일부만 취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우월함을 견지한다. 보수적이고 재미없고 딱딱한 A급들의 세계가 점점 강해진다. 재개발에 오래된 아파트가 무너지듯 B를 자처했던 이들도 스스로 의도적인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ㅡ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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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을 보며


미호천 흐르지 않는 물길에 기대면 아득한 산겹겹 그리움
핏물처럼 번집니다 강둑으로 질긴 뿌리를 내리던 어둠 풀리
고 어둠의 뿌리에 갇혀 있던 젊은 날 젊어 서러운 날들은 이제
 아련하여 헌 육신 헐어도 그날의 물소리 아닙니다 생인손
앓듯 세월을 앓고 조석으로 뜨는 바람은 입 속에서 씹히지 않는 바늘이었나니 내 이제 미호천 아둑한 굽이에 서서 살아온
어느 하늘 붉다 말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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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이 세상의 온갖 깃털 가진 새인 우(羽)와, 터럭 가진 짐승인 모(毛)와, 비늘 가진 물고기 린(鱗) 중에서 유신(有信)을 천성으로지키는 새라 하던가. 그들은 겨울철에는 남쪽으로, 여름철에는 북쪽으로 철을 따라 다니는 수양조(隨陽島)이다. 태양을 따르는 새인 것이다.
또한 한 번 맺어진 한 쌍은 서로 헤어지지 않고 똑같이 살며, 무슨일이 있더라도 결코 다른 새와 다시 만나지 않는다.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절(貞節)이 아닌가.---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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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 있는 문은 닫혀 있는 자를 사유(思惟)하게 만든다. 그렇게 기다림에 갇힌다. 
닫혀 있는 문이 틈을 보일 때 당신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당신의 기다림 속에 앉아 당신을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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