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들뢰즈의 쓴다는것은 "탈주하는 것이고, 탈주케 하는 것이고, 착란 상태가 되는 것이고 궤도를 떠나는 것이고 배신하는 것이고 되기 이며 흐름과 결합하는 것이고 배치를 형성하는 것이고 탈영토화하는 것이다.  - P110

천 원이기

천 원을 가졌다 천 원이 필요했기에 천 원을 가졌다. 천으로 배를 채울 것도 영혼을 고양시킬 것도 아니다. 지성을 갈고 닦을 생각도 없다 다만 지금 천 원이라는 실감 누구나 하는 약속 같은 것이 있다 나는 천 원을 가진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한다. 받아들인다 우리는 밤에 싸우는지 밤과 싸우는지 천 원을 가지는지 천 원으로 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가지는지 생각한다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생각을 해야 한다 사랑하든지
천 원을 가지든지
천 원을 써버리든지 천 원을 백 원 오백 원 십 원 오십 원 일 원으로 바꾸어 주머니를 무겁게 해도 가라앉지는 않는다 시끄러운 사람이 될뿐이다 움직일 때마다 음악을 가진 사람을 대가라고 한다 움직일 때 전혀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란다 방울을 매달고 구름다리를 건널 때 대가의 제자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음악이 없어도 음악을 하는 사람을 대가라고 한다 천원은 여러 손을 거쳐 내게로 왔다 버스도 지하철도 탈 수 없다 천 원을 가졌다는 기쁨 외에 아무것도 주지 않고 취하게도 하지 않는다 맨정신으로 천 원 다음의 생활을 꿈꾸게 하지 않는 멋짐이 있다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노래를 부르면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내 노래에 내가 천 원을 내고 천 원의 무게를 즐긴다 꽃은 여름 낮에 핀다 그런 기쁨에 걸린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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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있지 않으면,
나에게도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있지 않으니,
나에게 그것은 없다.
이와 같이 확신하고 있는 비구는
낮은 단계의 속박(下分結]을 끊게 되리라.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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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하나 실가닥 같은 그리움은
물과 산이 막아도 끊어지지 않네

怎奈向一樓相思
隔溪山不斷

주방언 周邦彦, 1056-1121

작품은 훨씬 밀도 있는 의미의 집약체인 것이다. 회화는 ‘보이는 색채‘ 속에서 풍경을 묘사하고, 바로 그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예술매체다. 이른바 ‘형상화 과정은그런 정제된 표현방식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하루를 산다는 것은 24시간에 할당된, 일정하면서도 무한히 펼쳐진 풍경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 풍경들은 우리의 마음에 갖가지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들 가운데는 금방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오래 지속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남는 것이 이미지image/Bild다. 이미지는 흔히 ‘심상‘心象으로 번역된다. 마음속에 남은 기억의 잔재들로서의 이 심상에는 느낌뿐만 아니라 생각과 추억, 회한이나 아쉬움도 담겨있다. 이 때문에 발터 베냐민은 베를린에서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사고이미지‘Denkbilder라는 말을 즐겨 썼다. 모든 그림이나 이미지는 감과 사고의 풍경이자 추억의 잔재이고 여운인 것이다.
CLIOTH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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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꽃여관

팥꽃나무가 오래 참았다는 듯이 할 말을 쏟아낸다
흩어지지 않고 편편히 살 속에 다 박힌다
나무의 우문을 알아들은 꽃이
꽃만 피우기 위해 세상에 오지 않았다는 듯
마주 접고 접은 수천 개의 눈동자를 반짝인다


음지의 말을 받아 적는 문고리마다
주소지가 찍힌 팥꽃여관
누군가가 서서 울었을 계단 바닥에
별들의 지문이 엉켜 있다
난간 아래 끈 풀린 신발 한 짝에
시들은 꽃잎이 곰곰이 실마리를 풀고 있다


지나칠 수 없는 미담이 오간 사이라도
이미 헤어졌다면
마주칠 순 있더라도 마주할 순 없을 것이다
팥꽃나무 그늘진 여관, 등 구부린 벌레처럼
여태 우린 오래 전에
죽은 것을 안고 잠들었는지 모른다
- P14

의자, 뒤

빨랫비누가 죽처럼 흘러내리는
말복과 중복 사이 늦은 오후
모르는 노인이 정자 옆 의자에 앉아
지나는 사람을 훔쳐본다
타다만 장작처럼 비쩍 말랐다


모르는 노인이 모르는 여인을 들춰보는 곁눈
더는 비누가 아닌
그 흐물흐물한 것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는지조차 모르는 졸음들이 모여
봄이면 산벚꽃 한 그루 거기 온다


대책 없이 늘어진 자리공을 수반에 꽂은 적 있다
축 처진 꽃가지를 일으켜 세우는 건 할 짓이 아니었다
마지막 연민 같은 것이었다
더러는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의자, 뒤에서 불끈하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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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열려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열려 있어야 새로이 느끼고 달리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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