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시집『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
천년의시작
.
시집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에서 시인은 일상의 익숙한 풍경을 낯선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고유한 시적 리듬과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거나 인간관계 자체에 주목한 시편들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노래한다. 이때 시인은 친숙한 일상어를 사용하면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 주면서 진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감춰진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통해 삶전체를 사유하게끔 하는 힘은 김나영 시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 P219

김금용 시집『각을 끌어안다」《현대시학》

시는 언어로 쌓아 올린 정신의 금자탑이다. 시의 나라에서 시인은 상상력의 힘으로 창조의 권능을 행사한다. 김금용 시인은 인간의 삶에대한 탐색을 심미적 언어로 형상화하여 표현 미학의 명징한 수준을 보여주었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인간 존재와 생명의 위상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시인이 원하는 것은 세상의 각을 지우고 생명 포용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세상사의 번잡함 속에서도 시인은 생명이 조화를 이룬 원융圓融의 세상을 꿈꾼다.
- 이승원(문학평론가) - P217

시를 쓸 때의 마음이란 신비를 알고 싶고 그것을 두려워하며 선한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작은 의지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세계를 작은 세계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다.
이성미 다른 시간, 다른 배열』 표4 -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 수 없어 떠돌기 시작했는데 점점 더 알 수 없어졌어. 봐, 내 눈을, 내 눈이 뿜어내는 어두운 빛을, 봐. 너는잠이 오지 않는 밤 뒤척이다 문득 떠올릴 거야. 그리고중요한 것을 영원히 부숴버렸다는 고통에 내내 뒤척이게될 거야. 히시.
- P78

0의 방백

나는 당신이 상상하는 그만큼입니다 나는 밥 먹지 않고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꿈꿀 수 없습니다 나는, 0 나는로봇과 유사하지만 단지 개념일 뿐입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처럼

이제 시작합니까, 나는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손이 있다면 가장 먼저 당신의 목을 조르겠지만나는 0, 0과 0 사이에서 무한히 증식하는0

나는 존재 없이 숨 없이 내가 되었습니다 단지 - P194

조금 자라면 우리는
초록은 없다는 걸 알게 되지
아는 게 많아질수록
불행해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숨겨준 것도
잊게 돼
꼬리가 잘린 채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므로 그래서

산책은 나무에서 나와 나무 아닌 곳으로 들어간다

해 질 무렵이면
마음은 곧잘 다른 마음이 되어

노을을 낭비하였는데

이어지는 저녁의 이야기는
흐린 은유는

아무때나 친절하면 안 된다는 듯

우리는 지나가는 그늘
공기조차 알아채지 않도록

그건 나무에게 이름을 걸어주지 않는 이유와 같을 것

없는 슬픔이 도와
그러므로 그래서

안녕히 가세요
나의 시간 - P15

전야

공작이
날개를 펴지 않는 휴일

가만히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어둡고 누추하다

어떤 차이가 꼭 멀리 가야 하는 걸 뜻한다면
거기 갈 수 있을까

어제는 아프고 아름다움은 위태롭고

내일,
탈출이 뒤를 가려주지 않아도

불확실에게 생을 건다

죽어도 좋을 아침은 없는데
죽을 것 같은 아침이

곧 오고 있다
- P109

저녁의 문

서풍은 서쪽으로 부는 바람 아니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하나

그냥 다 서풍만 같다

이파리 뒤에 숨은 열매가 말라가고 있을 때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너는 물었다

마른 덩굴은 끝내 팔을 풀지 않고 생을 마쳤는데
그 안은 비어 있었고

어느 쪽으로도 갈 곳이 있지 않았다

거미는 거미를 사랑하고
벌새는 벌새를 부르고

그렇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말라가던 열매가 빨갔는지 어땠는지 너는 다시 물었지만
그 말도 비어 있었다

떠나는 일이야말로 서쪽이었는데

그토록 아프다 하면서 세계는 변하지 않는 것이지

꽉 낀 팔을 풀어주고

어느 쪽으로 가는지
어느 쪽으로 왔는지

꼭 다문 입술 어두워지는 문밖으로

다만 서풍이라 싶은 것이다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을 끌어안다


가파른 산정으로 오를수록
너럭바위가 팔 뻗쳐 길을 막는다
제 안에 각을 부수고
잡아당긴다 끌어안는다
말 건넨 적 없고 표정도 없지만
긴 팔이 쑥 나온다
길 잃은 이도 불러들인다
호주머니에서 삐져나오는 카드 영수증
연락 끊긴 전화번호와 전하지 못한 쪽지
비집고 뛰쳐나갈 용기가 없어
귀갓길에 운전대를 잡고 내지르는 비명
다 털어버리라고 잡아당긴다
너럭바위가 각진 모서리를 끌어안는다
빗물과 짠 눈물바람으로 닳도록 두들겨
수직과 수평 그 틈새로 링거병을 꽂는다
진달래와 얼레지꽃, 붉은병꽃 수액을 넣는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앞길이 막막해도
북악산 도봉산 청계산 관악산 산마다
비집고 들어갈 뜨거운 혈을 만든다

각이 무너진다.
봄이 둥그렇게 길을 연다



- P20

바이칼, 둥근 자궁

잇속이 시렸어 만년설산 치마를 두른 삼신할매가 기다리고 있었나봐 조약돌이 쓸려갔다 되돌아오는 물결소리가잠든 우물문을 열었어 자궁 안에서 지켜내지 못한 별이 된아이가 날 불렀어 엄마 품을 파고들던 내 아이가 보였어

지구를 끌어안은 서낭당 나무에 속울음이 가지마다 홍이로 박혀있었어 바람도 오색으로 물들어 성물을 세우고잉태를 점치는 오색 깃발에 눈물을 매달았어

몇 날 며칠을 지치지 않고 달려온 내게서 어미냄새가 났을까 아기별이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손바닥에 내려앉았어내 품에 안겨 꼼지락거렸어 바이칼호수는 내 어머니의 어머니에서부터 둥근 자궁이었던 거야 난 여전히 엄마였던거야 - P41

붉은 모래, 키잘쿰


깔보지 마라
모래는 불멸의 꽃
사막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체

하찮은 것에서
가장 단단한 살의로 견뎌낸 詩

맨발로 우는 붉은 모래
귀가 아프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감각과 구별이 되는 접촉의 특이한 성질에 대해 고찰했다. 모든 감각은 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매개(Metaxy)가 존재한다. 시각의 경우 매개는 투명하며 눈을 통해 색이 조명되어 작용한다. 청각은 귀를 두드리는 소리의 파동을 만들어 내는 공기가 매개다. 촉감을 다른 감각과 구별하는 이유는 "매개가 우리에게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 아니라, 매개를 함께 사랑하므로 만질 수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의 매개는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 안의 육신(Sarx) 이다. 이것은 단지 외부 물체뿐 아니라 외부 물체로 인해 움직이거나 마음에 영향을 받는 육신도 접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