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것들이 이렇게 무성하구나)다시 태어난다면 숲을 누이는 저 바람으로 태어나리라 나 저 바람처럼 몸이 없는 마음으로만 떠돌다가 나, 또 몸의 울음으로 잉잉 전신주도 울리고, 다시는 저 너머를 꿈꾸지 않으리라 (네가 나를 견디었구나) - P11

언어는 기호가 아니라 자취이며 흔적이다.
무엇을 채운다는 것은 무엇을 지워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마이너스적 과잉과 플러스적 과잉의 제로점에서 나는,
쓰는 의식을 쓰는 행위와 일치시킨다.
나는 적는다. 그것은 내 행위의 의식이긁힌다는 것이며, 모든 컨텍스트는 모든텍스트의 돌발성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제된 시어‘ 라는 고정관념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마이너스적과잉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빛에 갇힌 자이다. 그 속에서 세계의 뿌리를 더듬으며, 만지는 눈먼 자의 상상이 내 과잉의 전략이다. 하여, 나의 궁극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있다. 나의 흔적이 남겨지고있는 여기, 이, 길 위.
길은 시인의 정원이다. 눈먼 자의 상상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이 정원에들어갈 수 없다.
- P150

베를린 필의 지휘자였던 첼리 비다키는 일체의 녹음을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언제나 일회성의 완벽한 연주를 이끌어냈고, 그 때문에 과중한 연습으로 단원들의 미움을 사 결국 쫓겨나고 말았다. 미국의 음악가 글렌 굴드는반면에 거의 편집적으로 녹음에 집착했고 연주회를 기피했다. 그는 완벽한 녹음을 위해 단원들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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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머니, 왜 냉장고 안에 계세요?
천천하 상하기 위해서란다.
너는, 오래오래 나를 먹을 거잖니?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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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에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나는 잊었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없이 - P9

3

창은 내부를 향해 나 있다 기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나는 수십 개의 창을 달고 지네 같은 발로 마음을 만진다 가끔 그 창으로 낯익은 시선이 나타날 때가 있다그럴 때마다 세상의 끝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20

아, 幻은 벗겨져나가 신작로 바닥에서 나뒹굴고이제 무엇으로 이 명징한 삶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수있을지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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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 시인 유언사(史)가 지은 중승 왕무준의 집에서 밤에 호등무를 감상하다(王中略)〉이라는 칠언고시이다.
석국의 오랑캐는 적지만 앞에서 춤추는 이는 새처럼 빠르네.
짜서 만든 오랑캐 모자는 꼭대기가 뾰족하고, 가는 털실로 짠 오랑캐 웃옷은 양 소매가 짧구나.
포도주 잔 손에 들고 서쪽을 바라보니, 갑자기 고향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도약한 몸으로 바퀴통을 굴리고, 보옥으로 장식한 띠는 소리를 내고, 발재간은 화려하고 비단으로 수놓은 신발은 연하기도 하구나.
사방에 앉은 이들은 말없이 바라볼 뿐, 피리와 비파 소리가 머리를 가득 채운다.
현란한 춤사위에 새로 짠 깔개의 붉은 털이 눈처럼 내리니, 꽃잎이 붉은 등에 사뿐히 내리는 듯하구나.
술자리 끝나고 춤사위 그치고 현악기와 관악기 소리 끊어지면, 목근화 서쪽으로 잔월이 보이네.
(《전당시全唐詩》 권468)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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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나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나는 잊었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없이 - P9

시인의 말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와
누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가
당신과 나를 여기에 있게 한다.


2001년 늦가을
함성호 - P3

아름다운 풍경. 그런 풍경들은 나를 사로잡는다. 강렬한 햇빛을 받고 서 있는 강변의 여름 나무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너무 눈부신 바다. 소실점으로 사라져버리는길들, 부드러운 벽. 그러나 그런 풍경들은 내가 그들의바깥에 있을 때만 거기에 있다. 내가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거기에 있을 때, 풍경은 사라져버린다. 풍경은 내가 뛰어들자마자 사라져버린다. 나는 풍경에 의해 소외될 때 비로소 아름답다. 풍경과 나의 距離.
그러나 때로는 풍경 속에서 풍경과 하나가 되어 아름다움을 잃고, 나무나, 노을이나,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되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죽음인가? 죽음과 距離. 아니면, 장님의 노래가 있을 뿐이다. 이 우연의 音들은 도대체 어디를 넘어가려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 숲에서,
이런 距離에 있게 하나.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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