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것들이 이렇게 무성하구나)다시 태어난다면 숲을 누이는 저 바람으로 태어나리라 나 저 바람처럼 몸이 없는 마음으로만 떠돌다가 나, 또 몸의 울음으로 잉잉 전신주도 울리고, 다시는 저 너머를 꿈꾸지 않으리라 (네가 나를 견디었구나) - P11
언어는 기호가 아니라 자취이며 흔적이다.
무엇을 채운다는 것은 무엇을 지워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마이너스적 과잉과 플러스적 과잉의 제로점에서 나는,
쓰는 의식을 쓰는 행위와 일치시킨다.
나는 적는다. 그것은 내 행위의 의식이긁힌다는 것이며, 모든 컨텍스트는 모든텍스트의 돌발성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제된 시어‘ 라는 고정관념은,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마이너스적과잉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빛에 갇힌 자이다. 그 속에서 세계의 뿌리를 더듬으며, 만지는 눈먼 자의 상상이 내 과잉의 전략이다. 하여, 나의 궁극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있다. 나의 흔적이 남겨지고있는 여기, 이, 길 위.
길은 시인의 정원이다. 눈먼 자의 상상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이 정원에들어갈 수 없다.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