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빛도 횃불 드는 자도 아닙니다. 시인은 기껏해야 독자에게 빛을 통과시켜주는 창문일 뿐입니다. 그의 공로는 영웅 정신, 고상한 의욕이나 이상적인 계획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습니다. 그의 공로는 단지 그가 창문이라는 점, 빛을 방해하거나 차단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뿐입니다. 시인이 매우 고귀한 사람이나 인류의 은인이 되려는 열렬한 소망을 품고 있다면 바로 이 소망이 그를 망쳐버리거나 빛의 통과를 막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를 움직이고 이끄는 것은 거만함이나 겸손해지려는 힘든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빛에 대한사랑, 현실에 열려 있는 자세, 참된 것을 통과시키는능력입니다. - P43

나무는 내게 언제나 가장 감동적인 설교자다. 나는나무가 사람들 틈에서, 숲과 정원 속에서 자랄 때를존경한다. 한 그루씩 따로 자라고 있을 때는 더욱존경한다. 나무는 고독한 사람 같다. 어떤 약점 때문에몰래 도망친 은둔자가 아닌, 베토벤이나 니체처럼위대하면서도 고독한 사람 같다. 우듬지에서는 세상의소리가 살랑거리고, 뿌리는 무한함 속에 쉬고 있다.
하지만 나무는 쉬면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 힘을다해 단 하나를 얻으려 애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내부에깃들어 있는 고유한 법칙을 실현하고, 자신의 형상을완성하며,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 애쓴다. - P52

1 이 세상의 모든 책이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책들은 은밀히그대 자신으로 되돌아가도록 가르쳐주지.
「책들」 「시집』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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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남기려고 시를 쓰는 건 아니다. 불행한 시간이 내내 고통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듯이, 행복한 시간도 내내 기쁨으로만채워져 있지는 않다. 속절없이 살며 살아낸 시간을 시로 쓸 뿐이리라. 인생의 꽃같이 아름다운 시절이 그 쓰는 시간에 있으리라.
나는 주장하고 싶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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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혼자 먹는 두부는
오래 정박한 부두에서 들려오는 독백의 형태로
잠시 머물다가 무너지고
무너진다는 것은 원점으로 가는 쉬운 길 같아서
두부의 규모와 부두의 두부 사이
나는 내가 아는 남은 소란을 곱씹으며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고요하고도 부드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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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솟아오른 시의 나무가 무엇보다 추위에 강했으면 좋겠다. 바늘처럼 뾰족한 잎으로 이 세계에 만연한 고독과 공포를 찌를 수 있기를 바란다.
- P26

다 말하려고 하지마. 모든걸 설명하지 않아도 돼.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누구도 해석할 수 없는 시의 공터, 그곳에 놓인 의자를 상상해봐. 그저 앉아 있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등받이가 있었으면 좋겠니? 혹은 흔들의자? 나무로 된? 무엇이든 좋아. 네 시의 꼭대기에 의자를 놓아두는 행위, 그것이 바로 추상의 힘이야. 불가해한 세상을 불가해한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최선의 방식.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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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면 얻는 게 뭔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날카로운 화살이었다. 선생님이 주아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질문해 보겠니………?"


침묵 선생님이 책들을 쌓으며 미소 지었다.


"주아나, 다시 질문해 보렴. 선생님이 잘 못 들었구나."


"제가 알고 싶은 건, 행복해지면 어떻게 되나요? 그 다음엔 뭐가 오나요? 그녀가 집요하게 물었다."


선생님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 P40

그녀는 울어서 지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이해했다. 그게 다였다. 그녀의 슬픔은,
분노를 담지 않은, 크고 무거운 피로였다. 그녀는 그 슬픔을 안고 드넓은 해변을 걸었다. 잔가지처럼 검고 가느다란 자신의 발이 조용하고 흰 모래밭에 빠졌다가 단숨에 리드미컬하게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죽었다. - P57

‘무엇을 위해‘ 일한다는 건 인간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완전성을 필요로 하는 것같다. 인간의 일은 ‘무엇 때문에‘로 시작된다. 호기심.
환상, 상상-이것들이 현대 세계를 만들어 왔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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